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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가장 잔인한 달

봄이 보낸 엽서

by 경주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T.S 엘리엇이 말했다. 4월은 제주에서도 잔인했고, 마산에서도 잔인했고, 팽목항에서도 잔인했다.


작가로 살아오며 일곱 번의 4월을 지나왔고, 지내온 해만큼 잔인한 4월에 관한 오프닝을 적었다. 그럴 때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내가 마치 양심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참혹한 역사와 맞닿은 4월은 온전히 경이롭지만은 않았으니까. 역시 2025년 4월의 종로도 많이 아팠다.


이토록 잔인하건만 사람들은 활짝 피어난 봄 앞에서 저마다 감탄하는 척한다. 그 곁에서 나는 꽃보다 더 빛나는 척을 한다. 봄이 그렇게 만들어버린다.

기온이 똑같이 영상 10도라 해도 가을의 온도와 봄의 온도는 전혀 다르다. 봄은 아름다움을 강요한다. 살랑이는 바람이, 따스한 햇살이 그렇게 하라며 속삭인다.


이토록 잔인하건만 봄은 그렇게 만든다. 경이롭게 만들고. 아름답게 만들고.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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