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획 및 관광 가이드 경험 이야기
여행 기획 및 관광가이드가 흔히 말하는 꿀 빠는 직업처럼 보였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최적의 직업이라 생각했다. 필리핀 교환학생 당시 여행을 기획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일행을 모집했다. 동행자 모두 첫 자유여행이라며, 항공권 예매를 할 줄 모른다고 말씀하셔서 당황스러웠다. 거짓말이겠지, 생각했는데 실화였다. 그렇게 여행 기획부터 예산까지 총관리를 맡게 되었다.
처음 하는 기획이라 설렘도 컸지만 11명의 동행자 구미를 맞추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의견 수렴 및 조율, 최종 결정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 겉보기에 쉬워 보였던 여행 기획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여행업체 컨택 및 결제, 여행 루트 선정, 항공권 및 숙박 예매 등 모든 게 나의 손에 달려 있었고, 나의 실수가 이들에게 비용으로 발생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차라리 혼자 여행을 하면 조금 실수해도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지만, 단체 여행은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고, 상황을 대처하는 융통성도 필요했다.
여행 기획 때부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일행이 몸이 불편한 건 아닌지, 이 장소가 마음에 드는지, 이 활동은 재미있는지 사소한 것까지 관심을 놓지 않았다. 첫 기획이라 잘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이들의 첫 자유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은 욕심도 있었다.
여행이 끝났을 때, "졸리(JOLLY) 덕분에 진짜 최고 여행을 했어!!!", "잊지 못할 여행이었어!!!" 이 말들이 너무 듣고 싶었기에, 더더욱 긴장과 책임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ATV를 타다가 부상당한 사람을 볼 때는 함께 가슴 졸이기도 했고, 배 시간이 촉박한데 도로에 차가 막혀 아슬하게 탑승할 때는 불안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2박 3일 동안 조용할 날이 당연히 없었고,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도 많이 벌어졌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으로 '이 여행을 망칠 수는 없어'를 외쳤고, 동행자들이 잘 때도 여행 루트를 재점검하거나 여행 상황을 검토했다.
관광 가이드가 여행자의 여행을 즐겁게 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것을 재정비한다는 것을 느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최적으로 보였던 직업이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다. 불시에 사고가 날 때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고, 속전속결 여행이 이뤄지지 않을 때는 가슴 졸이며 이 여행을 망치는 사람이 내가 되는 건 아닐지 신경이 곤두서기도 했다. 필리핀 자유여행으로 얼떨결에 여행기획 및 관광가이드가 되었지만 절대 꿀 빠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장 보람이 큰 직업이라는 것도 느꼈다. 여행의 묘미는 식도락 및 체험 등 다양한 게 있지만 그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 여행은 더욱 풍성해지고 여행자들의 재미는 더해진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여행 기획자이자, 가이드라는 것을 알았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여행을 리드하는 나에게, 세부(Cebu)는 아름다움을 선물해주었다. 마지막 날 밤에 여행객들을 데리고 크라운젠시 호텔에 갔다. 크라운젠시 호텔 고층에서 세부 시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세부 도심의 불야성이 수고했다며 토닥이는 거 같았다. 유명 명소도 아니고 기대했던 장소도 아니지만 그 순간이 좋았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내 생애 최고였다.
여행자들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곤히 잠드는 것을 보았을 때, '드디어 여행이 끝이 났구나' 생각하며 안도의 숨을 쉬었고, 그때서야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었다.
특히 "졸리(JOLLY)!! 진짜 최고..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최고!!"라는 말을 들었을 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고 뿌듯했다. 이 맛에 관광가이드를 하는구나 느꼈다.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게, 모든 이가 만족하는 여행을 완성하는 게,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