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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묘미, 낯선 설렘

일본 여행 도쿄 오다이바에서 벌어진 일

by 졸리

나는 대인기피증까지는 아니었지만 사람 만나는 것을 무척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오죽했으면, 친구가 다른 고등학교 배정된 나를 보면서, 걱정 가득 찬 눈물을 보였을까..



낯선 사람 만나는 것을 어려워했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말을 걸 줄 몰라 우물쭈물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친구를 볼 때는 부러웠고 추앙했다. '나도 저러고 싶다'는 갈망이 늘 있었지만 두려움에 주눅 들었다. 이런 대인 기피 성향을 떨쳐 내고 싶었기에 두려웠지만 도쿄로 가는 비행기 티켓 1매를 예매했다.


도쿄에서 가장 먼저 갔던 곳은 오다이바였다. 오다이바 온천에 혼자 입장했다. 살짝 무서운 것도 잠시, 내가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번역기와 보디랭귀지를 열심히 활용해 외국인에게 말을 걸었다. 특히 오다이바 온천은 관광 명소라 자유여행 온 관광객이 많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자연스러운 관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관광객에게 다가가 휴대폰 카메라를 내밀며 "plz"라고 말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였던 대만 친구들은 흔쾌히 사진을 찍어 주었고, 혼자 왔으면 자기들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적극적으로 이끌어 주었다. 한국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고, 한국 음식에도 관심이 많다며 나에게 적극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이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이들이 없었으면 넓은 온천에서 무척 심심할 뻔했다. "THANK YOU"라는 말이 작게 느껴질 만큼 너무 고마웠고, 이들의 베풂으로 오다이바 온천 여행이 절대 외롭지 않았다.


대인 기피를 가진 나에게 한국에 대한 작은 관심을 표현하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말을 걸어 주었고, 비슷한 또래라 진로에 대한 고민도 이야기하면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등 따뜻한 이들의 배려 덕분에 낯선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을 만날 때는 몰랐는데,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니 내가 몰랐던 세상을 들여다보게 되고, 세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고,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공존함을 몸소 느끼게 되어 신기했다. 낯선 이에게 벽을 치고 살아온 지난 20년을 되돌아보았다. 온천 여행으로 '낯선 이가 주는 신선함'에 대해 느끼며 오다이바 야경을 보러 갔다.


한국에서도 밤에 혼자 외출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혼자 오다이바 공원에 남겨져 있는 현 상황이 무서웠다. 하지만 여기까지 여행 왔는데 무섭다고 숙소에 가기엔 돈과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공원에 물멍을 하던 중에 한국인 남성 두 분이 보였다. 연예인 윤두준을 닮은 선한 인상착의, 조심스레 다가가 "한국인이세요?" 말을 걸었다. 나보다 10살 연상이셨던 두 분은 퇴사 기념으로 우정 여행을 오셨고, 여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 게 아니라서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하셨다.


"정말 죄송한데, 안 불편하시면 저랑 오다이바 다리에 불 켜질 때까지 같이 있어줄 수 있으세요? 저게 예쁘다고 해서 꼭 보고 싶은데, 제가 겁이 많아서요!" 거절이 두려웠지만 일단 용기 내서 이렇게 뱉었다. 흔쾌히 좋다며 수락하는 두 분께 너무 감사했다. 날이 저물 때까지 어색한 공기를 유지할 수 없기에, 나로 인해 어색해지는 느낌이 싫었기에, 사소한 질문을 머리로 짜내고 던지느라 애먹었다. 다리에 불이 켜졌을 때는 누구보다 더 크게 환호했다. 함께해주는 이 사람들에게 내가 정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들의 배려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했기에 오버했던 거 같다. 셋이 처음 만났지만 다정하게 사진도 찍었다. 그 장소, 그 순간, 그 감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


오다이바 공원의 자유의 여신상 미니도 예뻤고, 불 켜진 기다란 다리도 예뻤고, 바로 앞 보이는 잔물결도 예뻤다. 이렇게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그 순간 함께한 사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무척 흐른 지금도 오다이바를 생각하면 아름답고, 고맙고, 행복했던 기억들 뿐이다. 대인을 기피하는 나에게 오다이바는 마음의 문을 여는 법을 알려 주었다. 우리는 결코 혼자서만 세상을 살아갈 수 없기에, 때로는 부딪히고 깨어지지만 결국 사람과 함께일 때 더 행복해질 수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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