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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꼭 행복하세요

by 졸리

대전 여행으로 호텔에서 자고 일어났다.

문자 한 통이 왔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이름, 정.상.민.이다. 너무 반가워서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문자 내용을 보니 부고 안내 문자였다. 대학 때 친했던 선배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눈물부터 났다. 하필 지금 타지 생활 중이라 빈소에도 못 갈 거 같다.

심지어 오늘은 소개팅 남을 만나는 날이라 혼란스러웠다. 소개팅에서 울 수는 없으니 잔인하게도 이 문자를 잠시 머리에서 삭제했다.

소개팅 남과 헤어지고 기차역에서 다시 문자를 확인했다. 부고에 있는 사진을 보았고, SNS에 들어가 보았고, 함께 연락한 메신저를 보기도 했다.

밥 사달라고 보낸 오빠의 연락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내가 밥 사준다고 만나자고 할 때 많이 아프다고 했는데 찾아가서 얼굴이라도 볼걸.. 후회스러웠다.

취업준비로 힘들어서 사람을 끊은 적이 있는데 그때도 오빠랑은 연락이 닿았고 가끔씩 안부 인사를 주고받으며 왕래했다.

공기업 취준으로 힘들 때도 오빠와 가끔 만나며 회포를 풀기도 했고, 오빠가 취업했을 때는 우리 동네에 와서 밥도 사주면서 든든했고 감사했다.

내가 심한 장난을 쳐서 오빠가 화났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마지못해 웃으면서 괜찮다고 풀었던 오빠였다.

농구를 정말 좋아하고 바보처럼 착해서 여자 한 번 제대로 만나본 적도 없는 정.상.민.

30살밖에 되지 않은 정말 착한 바보라 하늘에서 탐을 낸 거 같다. 힘들게 취업 준비하다가 겨우 웃음꽃 피우는가 싶었는데 휴직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공부하려고 휴직했나 생각했는데 너무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한 거였다. 얼마나 아팠을까 , 정말 착한 바보라 아파도 주변인 생각해서 아픈 내색 안 한 거 같다. 차라리 많이 아프다고 병문안이라도 와달라고 했으면 내가 갔을 텐데.. 내가 취업하고 꼭 취업턱 산다고 했는데 왜 다시 만날 수 없는 세상으로 떠난 건지.. 그곳에서는 취업 걱정, 연애 걱정, 결혼 걱정 없이 정말 부디 꼭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정말 몇 안 되는 나의 지인 중에서도 가장 착한 바보라 그곳에서 꼭 행복하기를 바랄게..

친했던 사람의 죽음, 젊은 나이라 더욱 안타깝고 인생이 뭔가, 허무하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친했던 사람이 갑자기 하늘로 갔는데 이상하게도 나의 일상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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