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해외여행은 안 싸우기를 바라며
타지 생활로 부모님과 떨어져 산 지 1년이 넘었다. 대학생 때도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지만 그때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때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 거리에 살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거리였고, 매달 부모님 이름으로 찍히는 통장 입금 내역 덕분에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어 타지생활 하는 요즘 마음이 공허하다. 벚꽃을 보러 돌아 다니는데, 성인이 되어 처음 부모님과 진해군항제 갔던 때가 떠올랐다. 벚꽃이 예쁘기도 했지만 그 장소가 기억에 오래 남는 건 부모님이라는 존재와 함께 있었기에 그런 거 같다.
진해군항제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처럼, 해외여행에서 그런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부모님과 갔던 첫 해외여행이 성공적이지 않았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때는 부모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사고가 부족했던 탓인 거 같다.
자유여행을 다녀본 나로서는 교통수단을 정하고, 예약을 하고, 무엇을 먹을지, 몇 시에 어디로 이동을 할지 등 계획을 세우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아빠에게 말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그거 뭐하러 하노" 였다.
무뚝뚝한 아빠의 그 한마디에 계획하려던 모든 의지는 사라졌고, 무계획 일본 가족여행이 되었다. 무계획이었던 만큼 특별한 기억도 없다. 다행스럽게도 키모노 입고 찍은 사진 덕분에 우리의 나빴던 기억은 그나마 무마됐으며, 가족과 해외 여행은 절대 안 가야지 다짐했다.
당시 아빠의 그 한 마디만 아니었어도, 철두철미한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못미더웠거나, 귀찮게 만들고 싶지 않았거나 둘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패키지 여행만 했던 부모님에게 자유여행은 아주 낯선 것이며, 그런 거 알아보기조차 성가시는 일이셨을 것이다. 일하느라 정신도 없는데 여행계획까지 세우는 건 정말 무리였을 것이다. 어쩌면 가족과 해외를 가기 위해 마음 먹은 것에 감사했어야 했다. 무뚝뚝한 아빠의 말에 서운함을 느끼지 않고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나이 먹을수록 사소한 거에 신경쓰는 게 귀찮아지는 요즘 철없이 행동했던 때를 회고하며 부모님에게 서운함을 느꼈던 지난 때를 반성한다. 나에 대한 애정이 없던 게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퇴직해서 시간이 아주 여유로운 요즘 아빠는 가끔 여행 관련해서 전화가 온다. 공항 주차 예약 등 스스로 알아 보는 모습에 깜짝 놀란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음을 아빠 행동을 통해 느낀다. 이번 베트남 여행은 패키지인 만큼 가이드를 믿고 따라다니며, 편안한 여행을 즐겨야겠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 행복한 여행이 되기를 바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