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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가 나의 생일을 모르기를 바라

생일은 소중한 거니까..

by 졸리

오늘은 귀빠지는 날이다. 유년기부터 대학생때까지 생일 7일 전부터 호들갑을 떨며 생일 축하 받을 준비(?)를 했다. 특히 고등학생 때는 빵 한조각이라도 좋다며, 생일 선물을 못 받아 환장한 애처럼 행동했다. 생일이 뭐라고 그때는 그렇게 유난을 떨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렇게 유난을 떨었기 때문에 아직도 나의 기억속에 오래 머무는 것 같다. 그때 축하해준 고마운 친지에게 나는 얼마나 베풀었을까 생각해보았을 때 받기만하고 베푼 것은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늘 받아왔던 축하가 낯설어지기 시작 한 것은 공무원 수험 이후부터였다. 24살에 떳떳한 직장 생활을 할 거라는 기대가 컸던 만큼 반복된 실패로 자존감을 잃었고, 갈팡질팡 헤매면서 암흑 속에 갇혀 살았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사람과 단절하기 위해 SNS 및 메신저 등 연락 수단을 삭제했고 집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집에 갇혀 살면서 매일이 나에게는 같은 날이었고, 생일이라고 특별한 건 아니구나 깨닫게 되었다.


생일 축하 문자 1통이 없었을 때 슬프기도 했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사무치게 외로웠다. 이 외로움만 견디면 내년에는 행복한 생일일 거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취업 후 맞이한 첫 생일날 더 큰 실망을 했다. 나름 기대했던 탓일지 몰라도, 나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주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쓸쓸했다. 하지만 이걸 계기로 또 한번 깨달았다. 생일은 그저 다른 날과 같은 평범한 날이라고..


취업 후 맞이하는 두 번째 생일, 당연히 기대를 안 했다. 오히려, 아무가 나의 생일을 모르기를 바랐기에, 생일 알림 표시까지 모두 지웠다. 누군가 나의 생일을 아는 게 부담스러웠고, 축하한다면서 주는 선물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생일 날 나는 더 많이 베풀어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많은 사람의 축하와 선물은 아니지만 정말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진실한 나의 사람만이 남게 되어 축하를 받아 다행이라고..


어른이 된다는 거, 외로움에 익숙해지면서 곁에는 진실된 나의 사람만 남게 되는 거 같다. 나의 생일을 축하해준 나의 사람에게 너무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카카오&네이버까지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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