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괜찮아, 괜찮아"

by 졸리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괜찮아'이다.

사실 나는 괜찮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하지만 내가 '괜찮다'고 말하면 모든 게 편해졌다. 그러다 보니 입버릇처럼 괜찮지 않은 순간에도 그 상황을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며칠 전 과장님께서 부르시더니 나의 성과 등급은 “B"라고 말씀하셨다. B인 이유는 보충인사에 왔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보충인사 때 꽤 많은 직원이 이동했으며, 그때 이동한 사람은 무조건 B라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다른 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그 자리를 빠르게 피하고 싶었기에 “괜찮아요!“ 하고 말했다.


과장님께서도 미안하셨는지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하셨지만, 결과 중심 성향인 나에게 그런 장황한 말로 하는 위로는 더 큰 상처로 다가올 뿐이었다. 어쨌든 나의 결과는 B이기 때문에 스스로 납득할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리 혼자 생각을 해보아도, 나는 우리과 인센티브 받는 거에도 기여했으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했다. 그런 나에게 B라는 성과는 용납하기 어려웠다. 살면서 B를 받아본 적은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이런 나에게 B는 받아들이기 힘들 결과였다.


“수고했고, 너 정말 최고야, 인정 받고 있고 아주 훌륭해” 이러한 말들이 나에게는 다 소용없다. 결과가 B라면, 그런 사탕 발린 말은 그저 가식으로 보일 뿐이며, 나의 의욕을 더욱더 떨어뜨릴 뿐이다.


복도에서 펑펑 울었다. 나도 나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우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야속하게도 과장님께 울었던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상황을 빨리 피하기 위해 “괜찮다”고 했던 말은 사실 진짜 괜찮지 않았고, 입으로 완벽히 거짓말을 했지만 나의 감정은 지나치게도 솔직했다. 과장님께서도 내가 괜찮다고 말해서 역시 잘이해해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아량이 넓지도 않고 내가 한 성과를 인정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다. 나의 수고가 남에게 돌아가는 것을 너그러이 받아들일 만큼 호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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