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자존심은 왜 스스로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저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심이 유난히 강하다는 걸 오래전부터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지킬 게 별로 없을수록, 남는 건 자존심밖에 없으니까요.
물질이 없으면, 태도가 무기가 됩니다.
“우린 없어도 떳떳해.”
“저런 건 필요 없어.”
“돈 자랑하는 사람들은 천박하지.”
그 말들은 현실을 바꾸진 못해도,
내 자리를 지켜주는 언어였습니다.
ㅡ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자존심은 우리를 더 가난하게 만들었습니다.
도움을 받아야 할 때 자존심이 앞서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때 비웃을까 봐 입을 다물게 되고,
작은 성공을 이뤘을 때도 자랑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깎아내렸습니다.
그건 자존심이 아니라,
스스로를 가두는 프라이드였습니다.
ㅡ
저는 요즘 그 자존심을 조금씩 버리고 있습니다.
모른다고 말하고, 배우겠다고 말하고,
욕심을 드러내고, 실패했다고 인정합니다.
그건 어떤 면에선 무너지는 감각이지만,
동시에 내가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자존심부터 내려놔야 한다는 말,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ㅡ
자존심은 나를 지키기 위해 생긴 방어막입니다.
하지만 그 방어막은 언젠가 나를 막는 벽이 됩니다.
저는 이제 벽을 허물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리에 차라리 질문을 세웁니다.
“나는 왜 이걸 못 배웠을까?”
“나는 왜 도움을 청하지 못할까?”
“나는 왜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말 못할까?”
자존심 대신 질문을 택한 순간,
세상이 조금은 바뀌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