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하루 한 끼로 버틴다

가난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 위에 앉아 있다

by 미학

나는 하루에 한 끼 먹는다.

그 한 끼는 일할 때 제공되는 식사다.

정해진 메뉴, 정해진 시간, 정해진 구성.

딱히 선택권도 없고, 맛도 이제는 익숙함을 넘었다.


가끔은 ‘내가 지금 뭘 먹고 있는 거지’ 싶은 순간도 온다.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이 구조 자체가 내 생존 방식이라는 걸.



나는 부모님 집에 얹혀 산다.

밥은 따로 해먹지 않는다.

먹는 게 귀찮고, 어쩌면 익숙하지 않다.

하루 한 끼, 그것도 일하는 중에 겨우 해결하는 게 내 일상이다.


누가 보면 가엾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비효율적이라거나, 건강에 안 좋다거나.

그런 말들에 반박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나는 이 구조 안에서 나름의 전략을 짜고 있을 뿐이다.



나는 매달 200만 원을 번다.

그중 180만 원은 SCHD에 넣는다.

나머지 20만 원으로는 통신비랑 생활용품을 해결한다.

먹는 걸 줄여도, 쌓는 건 줄이지 않는다.


나는 배가 고파도 루틴은 지킨다.

그게 언젠가 나를 다른 구조로 옮겨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요즘은 생각한다.

가난은 내가 택한 게 아니다.

그냥 주어진 조건이었다.

나는 지금 그 위에 앉아 있다.

굴하지도 않고, 비관하지도 않고,

그냥 앉아서 계산하고, 관찰하고,

조용히 쌓고 있다.


누군가는 이 삶을 불쌍하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라도 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지금 내 기준에선 가장 솔직한 ‘축적’이다.


하루 한 끼는 내 현실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의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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