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탓하지 않기로 했다
가족 모두가 멀쩡하지 않다.
나도, 부모도.
누구 하나 온전한 사람이 없다.
정신병이 대단한 낙인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 가족에겐 그냥 일상이다.
예민하고, 폭발하고, 무기력하고,
어떤 날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일이다.
나는 그런 환경에서 컸다.
처음엔 그게 이상한 줄 몰랐다.
모든 집이 다 그런 줄 알았다.
세상과 부딪히면서 알게 됐다.
아, 우리 집은 좀 다르구나.
그래서 어릴 때는 부모를 원망했고,
내가 이 모양인 걸 탓하기도 했다.
그런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누굴 탓해봐야 바뀌는 건 없다는 걸 안다.
환경이 나빴다는 말이
지금의 나를 변명해주진 않는다.
나는 그냥 버티기로 했다.
조용히, 천천히,
살아남기로 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나는 조용히 한 끼를 먹고,
조용히 돈을 모으고,
조용히 글을 쓴다.
사람들은 가끔 내게 말한다.
“그 상황에서 대단하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이건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살아남는 방식일 뿐이라는 걸.
나는 조용히 쌓는다.
가난 속에서도,
병든 가족 안에서도,
누구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