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금 내 삶에서 꼭 내려놓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문득이라는 단어가 있다.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과거를 생각해 보고, 문득 현 상황을 돌아보며, 문득 아무렇지 않게 살아온 생활에 의문을 품고 모든 것을 뒤집어엎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50대 이상은 대부분 성공 지향적으로 살았기에, 문득 깨달아보면 정신없이 살았고 시간도 훌쩍 지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기도 한다. 정신 차려 보면 손에 잡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아이캔 대학 공부를 하며 다이어리를 쓰고 자기 역사를 쓰면서, 나는 스스로 욕심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절대 놓아선 안 된다고 믿는 마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나를 묶고 있던 첫째 굴레는 ‘책임감 과다증’이었다. 자식으로서, 엄마로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학생으로서, 심지어 '항상 괜찮은 사람'이라는 역할까지, 그 모든 역할을 동시에, 완벽하게, 누구에게도 민폐 끼치지 않고 해내려 했다. 이는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몸은 20대 말에 무너졌는데, 마음은 그것을 끌고 나갔다. 애석하게도 내려놓을 용기가 생긴 것은, 더는 잡고 있을 힘이 없어서였다. 자기 역사를 쓰고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지고 있던 짐 중, 이건 사실 ‘내 짐’이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문득문득 나를 강타했다.
내가 정말 내려놓아야 했던 것은 "마음의 쓸데없는 힘주기"였다. '나 아니면 안 된다'라고 믿었기에 놓지 못했던 이 모든 것들은 사실 나 아니어도 되는 것들이 절반이었다.
글쓰기 77일 차에 나는 드디어 인정했다.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그 앞에서 ‘힘주고 있는 나’였다.
내려놓음은 곧 이 자세를 바꾸는 일이다. 일을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자세, 모든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부담, 감정적으로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누군가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공포, 그리고 "나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자만까지, 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내가 나를 용서하지 않으니, 삶도 나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속으로는 비워내면 허전해질까 두려웠다. 그러나 다행히 목표였던 수신제가치국 중 수신에 집중해도 되는 환경이 되면서 실천이 가능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딸과 단둘이 2박 3일 동안 부산 여행을 갔다. 잠이 오는 대로 자고, 독서도 하고, 광안리 앞바다를 보며 산책했다. 과거에는 잠자는 시간이 느는 것조차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다시 나를 다독이며 내려놓는 방법을 배웠다. 컨디션도 좋아지고, 2박 3일 집을 비웠는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집이 잘 굴러가고 있었다. 역시 내가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려놓는 순간 오히려 '자리'가 생겼다. 시간도 남았다. 자유와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내게 주었다. 건강한 나를 위한 자리,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자리, 생각을 쉬게 해주는 빈자리, 나와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여백,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내려놓음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정리이다. 내려놓아보니 이렇게 좋은데 왜 못 했을까 싶다. 그래, 지금이라도 그런 깨달음이 왔으니 감사한 일이다.
[나를 만나는 시간 15]
Q. 나는 어떤 욕구를 잊어버리고 살아왔는가?
14편에서 나는 내려놓음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보니,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랫동안 잊고 지낸 나의 욕구들이었습니다.
잊어버리고 살아온 욕구들을 생각해 보세요.
질문은 나를 성장하게 합니다. 성장은 어제와는 조금 나은 존재가 되는 과정입니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질문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