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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시간 3]

Q. 당신이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by 연하

"나는 칭찬을 먹고 자랐다"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떤 이는 사랑에서, 가족에게서, 어떤 이는 목표로 세운 꿈에서 그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돌이켜보니, 내 삶을 평생 이끌어온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칭찬'이었다.


어릴 시절에는 어른들과 선생님들의 칭찬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 그 기쁨에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사에서 일할 때는 업무 성과가 좋다는 칭찬에 보람을 느꼈고, 나의 노력을 알아줄 때 정말 기뻤다.


한의사가 된 후에는 환자들의 피드백이 원동력이었다. 그들이 치유되어 감사함을 표시할 때마다 기쁨이 샘솟았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시간이 흐르며 지식의 외연을 넓혔다. 한의학뿐 아니라 양방, 재활의학, 자연치유의학까지 공부했다. 그만큼 환자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환자들이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큰 보람이었다.


가정에서도 힘을 얻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고마움을 표할 때 기뻤다. 하지만 더 큰 힘은 그들의 성장에서 왔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모습은 벅찬 감동을 주었다. 아이들이 "엄마 최고"라고 말해줄 때, 남편이 나를 인정해 줄 때마다 나는 다시 에너지를 충전했다.


돌이켜보면 칭찬을 참 많이 받았다. 감사하게도 마을 어른들과 선생님들은 내게 늘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셨다. 열심히 공부한 뒤 받는 상장과 칭찬은 그래서 더욱 특별했다. 어느 하나를 꼽기 힘들 정도로,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그것이 나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마을 어른들과 달리 일이 바쁘셨던 엄마는 상장에 대한 칭찬에는 조금 인색하셨다. 그런 엄마에게 특별한 칭찬을 받은 기억이 있다. 상고 시절, 시화전에 출전했을 때다. 그림에 자신이 없어 고민 끝에 자수를 놓기로 했다. 노을을 자수로 놓고, 유리 액자를 만들어 노을에 대한 시를 썼다. 모두가 그림을 냈지만 나만 특이하게 자수를 낸 덕분인지 은상을 받았다.


그때 엄마는 그 액자를 거실에 걸어두셨다. 그리고 ”연하는 손도 야무지지만, 저걸 한 땀 한 땀 쉬지도 않고 했다 “며 칭찬하셨다. 집에 손님이 오실 때마다 두고두고 그 칭찬을 하셨다. 그 기억은 오래도록 내 마음을 즐겁게 했다.


사실 상장은 종이 한 장이다. 그러나 그 종이 한 장에 쓰인 문구는 그것을 받기까지 노력했던 과정들에 대한 보상과도 같다. 그래서 상장은 받을 때마다 참 좋았다. 내 아이들이 상장을 받아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상장을 받기까지의 노력이 눈에 그려진다. 이처럼 상장과 칭찬은 세상을 살맛 나게 해주는, 인간만이 가진 선물 같은 것이다.


과거를 살펴보니 나는 성장 지향적이면서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었다. 노력에 대한 칭찬과 격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과에서 큰 힘을 얻었다. 이렇게 칭찬이라는 외적 동력에만 의존했던 삶은, 때로 타인의 인정이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완경이 지나면서 사춘기 아닌 오춘기가 시작되었고, '나'에 대한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진정한 나를 만나고 싶다는 갈증을 느꼈다.


결국 나 자신을 알고 싶은 마음에 '아이캔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비로소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집중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타인의 박수갈채가 없어도, 이제는 나 자신의 성장 그 자체에서 기쁨과 힘을 얻는다. 내가 느끼는 감각을 스스로 의식하면서부터 내면의 힘은 더욱 커졌다.


매일 어제보다 조금 나은 내일을 꿈꾸며 노력한다. 그런 나는 엉금엉금 전진하는 거북이 같다. 거북이처럼 꾸준히 걷겠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열매 맺는 연꽃 같은 삶을 살고 싶다.


이런 경험이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결국 사회 속에서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말과 글이다. 사람을 흥겹게 하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준다. 힘들 때 건네는 위로. "애썼다", "축하한다" 같은 진심 어린 칭찬 한마디. 이런 말들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준다. 그리고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아, 힘든 고비를 넘길 힘이 되어준다.


요즘 스피치 공부를 하면서 말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졌다. 무심히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늘 '나' 자신이 담겨있음을 깨닫는다. 나를 표현하는 말과 글에 늘 진심과 배려가 담겨 있기를 바란다. 상대에게 건네는 진심이 담긴 칭찬과 위로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나아가 역경을 극복할 힘도 준다.


어린 시절, 엄마의 칭찬 한마디는 거실 벽을 넘어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걸려 있었다. 나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도,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따뜻한 그림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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