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과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한 상식적인 이야기들

<세 번째 글> 스토리 1. 서양 연극은 종교의식에서 시작하였습니다

by 김용태

역사를 알면 현재가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첫 스토리로 서양 연극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서양 연극사는 방대합니다. 그 방대한 역사를 일일이 기술하기보다는 ”종교와의 관계“라는 한 가지 관점에서 짧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서양 연극은 그리스의 술의 신 디오니소스 예배 의식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술의 신을 찬양하는 의식답게 신도들은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참여합니다. 음주 상태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그 의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술에 취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음주 가무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술의 힘을 빌려 주변 사람들과 횡설수설하게 됩니다. 노래와 춤은 무대 위 액션의 원시 형태입니다. 즉흥적인 횡설수설은 대사의 원형입니다. 노래와 춤, 즉흥 대사가 연극의 원시적 형태이었습니다.


image.png [디오니소스 신 찬양 행렬]


기원전 5세기쯤 되면 원시적 형태에서 벗어나 지금의 공연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이 시기 그리스 아테네에서 연극은 성행하게 됩니다. 앰피시어터라는 초대형 반원형 노천 공연장이 그리스 곳곳에 세워지고, 아테네에서는 매년 2회 연극 경연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이제 연극은 더 이상 원시적인 즉흥 공연이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극에 대한 정의에서처럼, 우리의 삶을 모방하는 중요한 예술과 오락의 매체가 됩니다.


연극이 디오니소스 신 예배 의식에 뿌리를 둔다는 점에서 연극과 종교의 관계가 시작됩니다.


image.png [고대 그리스의 엠피시어터, 반원형 극장]



그림에서 보듯 엄청난 규모의 극장이 만들어질 만큼 관객의 수요는 대단했습니다. 수용 관객 수는 만 명에서 이만여 명 정도라 합니다. 그러나 규모로 인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시력과 청력이 좋은 관객이라도 저 뒤쪽 자리에서 무대 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을까요? 무대 위 인물들이 누가 누군지 어떠한 표정인지 알아차리기 어렵고 대사도 희미하게 들렸겠지요. 해결책이 필요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이 가면을 썼다는 것이 한 가지입니다. 인물이 정형화되고 표정이 고정된 가면을 썼습니다. 가령, 화난 표정의 제우스 신의 가면을 쓰면 멀리서도 누구인지 그리고 지금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면 안에는 원시적인 확성 장치가 들어있었습니다. 가면은 관객의 시력, 청력 증진을 위한 보조기구이기도 하였지요.


image.png [가면을 쓰고 공연하는 전통적인 그리스 연극]


이 가면을 “페르소나 persona”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분석심리학에서 외부로 드러나는 사회적 인격을 지칭하는 용어 페르소나가 나오게 됩니다.


가면으로 인해 무대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화난 표정의 가면을 쓰고 있다면 그 인물은 그 장면 내내 화가 나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감정 변화가 불가능했지요. 웃는 표정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장면에서 웃는 가면으로 바꿔 쓴 뒤에야 가능했습니다.


물리적 조건이 예술 형식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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