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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경숙 Nov 08. 2023

꽃피는 봄이오면 (8)

2023 아르코 선정작 희곡부문 

- 8장 -


암전된 무대 노랫소리만 들려온다.


큰며느리 목소리다.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언덕에 올라보면 지저귀는 즐거운 노랫소리 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


(노랫소리가 잦아든다)


그러나 당신은 소식이 없고 오늘도 언덕에 혼자 서 있네

푸르른 하늘 보면 당신이 생각나서 한 마리 제비처럼 마음만 날아가네

당신은 제비처럼 반짝이는 날개를 가졌나 다시 오지 않는 님이여



큰며느리의 대사가 노랫소리와 오버랩된다. 



큰며느리 목소리     엄마는 안묵나. 


시어머니 목소리     엄마는 삶은 달걀 안 좋아한… 

아이다 내도 묵자.


(달걀 깨트리는 소리)


시어머니 목소리     아이고! 야가~


큰며느리가 먼저 웃는다. 

시어머니도 따라 웃는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





시어머니 목소리   니 뭐 하노? 

젊은 아가 와 그래 발이 느리노. 

남생이가 친구 하자카겠다.



작은며느리 목소리    (숨차한다.) 

아휴~~ 어머니, 어머니는 좀 전에도 팥빵

을 두 개나 다 드셨잖아요. 

저는 아침나절에 몇 숟갈 뜬 게 단데



시어머니 목소리      니 그카고 있거라. 

내는 먼저 간대이.



작은며느리 목소리    어머니, 쪼매만 쪼매만 기다려주이소 



시어머니 목소리    아이고, 

니는 안 되게따 고마. 그래 느려 터지가꼬… 해저물믄 장 문 닫는다. 

준이하고 빈이하고 꼬까신 사달라꼬 아침부터 난리친 거 니 못 봤나? 내는 간다.


작은며느리 목소리   어머니? 어머니! 

(외침) 어머니!




무대 한쪽이 밝아지면 방이다. 


큰며느리가 준이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다. 

TV에선 축구 중계가 한창이다.


(음향 축구 중계)


준이가 큰며느리의 귀를 파주다 TV 축구 중계를 본다.


한눈판 사이


큰며느리      아야! 


준이          어… 어데… 아프나?


큰며느리      (귀를 부여잡고 일어나 앉는다.) 

아… 아, 

귀 파다 테레비를 보면 우째요? 


(귀를 들이밀며) 

피 안 나나 보이소?


준이          보자… 어데? 아이고 이를 우짜노… 피… 피다… 피!




시어머니 놀라 문을 열고 들어온다.




시어머니      (다급하게 놀란 목소리) 

피? 피? 우야노? 누가 다칬나?


큰며느리      어머니! (울먹이며) 피… 피가 나요… 귀에서…


시어머니      뭐라고? 이게 몬 소리고? 귀에서 피가 나? 어데?





준이는 어쩔 쭐 몰라 한다. 





준이          아, 그기 아이고… 피! 안 나요! 




큰며느리와 시어머니 동시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준이를 바라본다.



(동시큰며느리      예? / 시어머니      뭐라꼬?


준이          그… 그기…  제가 장난쳤어요.


큰며느리      준이 씨~


시어머니      야가~ 장난칠 끼 따로 있제.


준이          어무이 놀라셨지요?


시어머니      에이구! (아들을 혼내며 준이 등짝을 친다.)

 이누무 시끼… 자가 월매나 놀랬겠노. 

얼른 미안하다 캐라.


큰며느리      아… 괜찮아요… 어머니.



(아나운서 목소리)  골이에요, 골!!!! 



준이          (TV를 보며) 골? 골이다… 

(큰소리) 골… 골이다!!! 어무이 골이라요!!!                    

여보!! 골!!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며 양손을 올리고 소리친다.)


시어머니      어휴~  (큰며느리와 눈을 마주치고는) 그래 골이다! 골!



큰며느리도 어이없어 웃는다.  


준이의 골이다 골!!! 골! 소리와 시어머니와 큰며느리의 웃음소리가 오버랩되며

어두워지고 동시에 무대의 다른 편이 밝아지고 


방안의 그림자가 보인다. 


엎드려 책 보는 빈이, 옆에서 누워 있는 작은며느리 목소리만 들린다.




작은며느리    어머님이 다음 주 복지관 

노래 교실에서 놀러 간다 카는데 노래자랑

을 한다카네요. 

‘제비’라는 노래를 배워 오시가 그걸 부르시겠다는데 

형님이 잘하대예

하루종일 두 분이서 부르고 연습하는데……


빈이          함 불러 봐라.


작은며느리    나는 그 노래 잘 몰라요. 형님이 잘하던데… 

꽃피는 봄이 오면… 

이래 시작하는데


빈이          당신도 엄마하고 같이 노래 교실 다녀야겠다.


작은며느리 빈이 옆으로 돌아누우며


작은며느리    (뾰로통하게) 지금 나 노래 못한다고 흉보는 거지요?


빈이         뭔 소리고? 누가? 당신 만큼 노래 잘하는 사람이 어딨따꼬……


작은며느리   치…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빈이         내 귀는 당신 주파수에 최적화 되가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아요…


작은며느리   아고고… 그래요? 어디? 목소리에만 최적화됐나? 




작은며느리 빈이가 보던 책을 덮는다.




빈이         뭔 짓이고? 



빈이가 작은며느리를 돌려눕히고 키스를 한다. 



암전되면서

차량 브레이크 소리 부딪치는 소리…


엠블런스 소리… 

꽃피는 봄이 오면(제비 노랫소리) 과 웃음소리.. 

비명 소리가 오버랩된다. 


(소리에 다른 소리가 섞이고 마지막엔 모든 소리가 엉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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