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 선정작 희곡부문
- 7장 -
마당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공기하는 큰며느리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마루에는 고모 앉아 있다.
작은며느리 장바구니를 들고 마당으로 나온다.
작은며느리 어머니, 장에 다녀올게요.
(눈치를 보며)
대답이 없다.
고모 장에 가나?
작은며느리 예
고모 빈아 니 불고기 안땡기나?
오랜만에 소불고기에다 소주 한잔 캬~
치킨집 사장이 들어온다.
치킨집 사장 소주는 뭐니뭐니 해도 삼겹살이제. 도야지 삼겹살!
작은며느리 오셨어요?
고모 오랜만에 소고기 쫌 먹겠다는데
작은며느리 고모님 소고기는 다음에 먹고, 오늘은 어머니 좋아하시는 삼겹살 먹어요.
대신에 소주 한 병 사올게요.
고모 음, 아직 안 갔니?
작은며느리 형님하고 같이 뎅기 오께요. 형님 같이가요.
큰며느리 내 바쁘다.
작은며느리 오는 길에 민들레빵집 가요. 팥빵 사주께요.
큰며느리 내 바쁘다. 빨리 가자.
작은며느리 큰며느리와 나간다.
작은며느리 사장님 가지 말고 고기 드시고 가세요~
치킨집 사장 이 여사~ 이 여사~
고모 그만 불러요 울 언니
치킨집 사장 오늘은 우째 울 이 여사 코빼기도 안 보이네. 어디 아픈 건 아니제?
고모 울 언니를 사장님이 왜 그렇게 신경을 쓰신데
치킨집 사장 이웃사촌도 사촌인디 사촌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란 말이제.
이 여사랑 내캉은.
고모 허! (기가차다는 듯)
치킨집 사장 음… 이 여사 이 여사~
(이 여사를 부르면서 방쪽으로 간다.)
고모 (치킨집 사장을 못들어가게 잡아 끈다.)
치킨집 사장 이 여사 안에 있는 거 같은데 왜그래싸?
과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순이네 들어온다.
순이네 울 형님 안에 있제 형님~ 저왔어요!
묻는 둥 마는 둥 순이네가 안으로 들어간다.
치킨집 사장 순이네는 들어가도 되고 나는 안 되는 기 뭔 경우고
고모 쫌 잠자코 있어요! 울 언니 오늘 심기가 많이 불편하다고요
치킨집 사장 무슨 일이 있어가 순이네하고 내를 차별하노?
고모 그럴 사정이…
시어머니 목소리 뭐라 카노? 그럴려거든 자네도 가!
순이네 형님 마음을 모르는 게 아이고
방문이 열린다.
시어머니 다들 가요.
순이네 나온다. 방문이 닫히고
치킨집 사장 뭔 일이고?
순이네 아이고… 마이 속상한가 보네… 암 말 말고 가요. 얼른.
치킨집 사장을 데리고 나간다.
고모 카이끼네 괜한 짓을 해가… 지가 보기 싫다는데 등 떠밀어가 시집보낼라카마 되나?
친정엄마가 나서도 하기 힘든 기 재혼 자리 알아보는 긴데…
그것도 시엄마가……
방문이 버럭 열린다.
시어머니 고모도 그 카는 거 아이라요.
가가 고모 딸이라고 생각해봐요.
하나밖에 없는 딸래미가 청상과부가 되가
아도 하나 없이, 저래 시어매하고 치매
걸린 큰동서를 데리고 산다꼬 생각해 보라꼬요. 아가 없어가 그 마음을 모른다 칼 끼라요?
길가는 세 살짜리 꼬맹이도 다 아는 기라요.
고모 와 불똥이 내한테 튀는데!
시어머니 옆에서 그래 아를 헤깔리게 하이끼네.
시엄마가 괘안타 카는데 와 옆에서 빈이 얘기를 하고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가
이 사단을 만드냐고요!
고모 막말로 지가 하기싫으면 삼척동자도 우짤 수 없다 카는데
시어머니 터진 입이라고!
(걸레를 집어던진다.)
고모 악! 뭐 하는 짓이에요!
시어머니 가 앞에서 한 번만 더 빈이 들먹이고 초를 치면 고모 죽고 내 죽는 기라요!
고모 아~ 진짜!
시어머니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쾅 닫는다.
고모 뭔 날벼락이래…
가 선보러 안간 기 와 내 잘못이란
말이고…
아주~ 동네북이지 내가.
고모 방으로 들어간다.
빈 무대 시간이 흐른다. 정적
불이야! 불이야!!
사이렌 소리 요란하게 들린다.
순이네 뛰어 들어온다.
순이네 형님! 형님! 형님,형님
시어머니 나온다.
시어머니 와 무슨 일인데 이래 호들갑이고
순이네 크… 큰일 났어요?
치킨집 사장 뒤따라 들어온다.
치킨집 사장 민들레빵집에 불이 났어요!
시어머니 뭐 불이났다꼬?
고모 뛰어나온다.
고모 뭐 민들레빵집? 가들 빵 사러 갔다 온다 했는데……
시어머니 뭐라꼬? 누가? 어데를?
고모 큰아하고 작은아하고 민들레빵집에서 팥빵 사 가지고..
시어머니 아이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순이네 형님(부축한다.)
시어머니 (정신을 차리고)
야이야, 큰아야, 작은아야…
준이야! 빈이야!
시어머니 뛰쳐나가고 다들 달려 나간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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