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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경숙 Nov 08. 2023

꽃피는 봄이오면 (7)

2023 아르코 선정작 희곡부문 

- 7장 -


마당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공기하는 큰며느리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마루에는 고모 앉아 있다.


작은며느리 장바구니를 들고 마당으로 나온다.




작은며느리     어머니, 장에 다녀올게요. 

(눈치를 보며)



대답이 없다.



고모           장에 가나? 


작은며느리     예


고모           빈아 니 불고기 안땡기나? 

오랜만에 소불고기에다 소주 한잔 캬~



치킨집 사장이 들어온다.



치킨집 사장    소주는 뭐니뭐니 해도 삼겹살이제. 도야지 삼겹살!


작은며느리    오셨어요?


고모          오랜만에 소고기 쫌 먹겠다는데 


작은며느리    고모님 소고기는 다음에 먹고, 오늘은 어머니 좋아하시는 삼겹살 먹어요.

대신에 소주 한 병 사올게요.


고모          음,  아직 안 갔니? 


작은며느리    형님하고 같이 뎅기 오께요. 형님 같이가요. 


큰며느리      내 바쁘다. 


작은며느리    오는 길에 민들레빵집 가요. 팥빵 사주께요.


큰며느리      내 바쁘다. 빨리 가자. 




작은며느리 큰며느리와 나간다.




작은며느리     사장님 가지 말고 고기 드시고 가세요~


치킨집 사장     이 여사~ 이 여사~


고모           그만 불러요 울 언니


치킨집 사장     오늘은 우째 울 이 여사 코빼기도 안 보이네. 어디 아픈 건 아니제?


고모           울 언니를 사장님이 왜 그렇게 신경을 쓰신데


치킨집 사장     이웃사촌도 사촌인디 사촌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란 말이제. 

이 여사랑 내캉은.


고모           허! (기가차다는 듯)


치킨집 사장     음… 이 여사 이 여사~

(이 여사를 부르면서 방쪽으로 간다.)


 

고모           (치킨집 사장을 못들어가게 잡아 끈다.)


치킨집 사장     이 여사 안에 있는 거 같은데 왜그래싸?





과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순이네 들어온다.





순이네         울 형님 안에 있제 형님~ 저왔어요!





묻는 둥 마는 둥 순이네가 안으로 들어간다. 




치킨집 사장     순이네는 들어가도 되고 나는 안 되는 기 뭔 경우고


고모           쫌 잠자코 있어요! 울 언니 오늘 심기가 많이 불편하다고요


치킨집 사장     무슨 일이 있어가 순이네하고 내를 차별하노?


고모           그럴 사정이…


시어머니 목소리  뭐라 카노? 그럴려거든 자네도 가!


순이네         형님 마음을 모르는 게 아이고 





방문이 열린다.





시어머니       다들 가요. 


순이네 나온다. 방문이 닫히고 


치킨집 사장     뭔 일이고?


순이네         아이고… 마이 속상한가 보네… 암 말 말고 가요. 얼른.





치킨집 사장을 데리고 나간다. 





고모           카이끼네 괜한 짓을 해가… 지가 보기 싫다는데 등 떠밀어가 시집보낼라카마 되나? 

친정엄마가 나서도 하기 힘든 기 재혼 자리 알아보는 긴데…

그것도 시엄마가……




방문이 버럭 열린다.




시어머니       고모도 그 카는 거 아이라요. 

가가 고모 딸이라고 생각해봐요. 

하나밖에 없는 딸래미가 청상과부가 되가 

아도 하나 없이, 저래 시어매하고 치매

걸린 큰동서를 데리고 산다꼬 생각해 보라꼬요. 아가 없어가 그 마음을 모른다 칼 끼라요?

길가는 세 살짜리 꼬맹이도 다 아는 기라요. 



고모           와 불똥이 내한테 튀는데!


시어머니      옆에서 그래 아를 헤깔리게 하이끼네. 

시엄마가 괘안타 카는데 와 옆에서 빈이 얘기를 하고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가 

이 사단을 만드냐고요!



고모           막말로 지가 하기싫으면 삼척동자도 우짤 수 없다 카는데


시어머니      터진 입이라고! 


(걸레를 집어던진다.)


고모          악! 뭐 하는 짓이에요!


시어머니      가 앞에서 한 번만 더 빈이 들먹이고 초를 치면 고모 죽고 내 죽는 기라요!


고모          아~ 진짜! 




시어머니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쾅 닫는다.




고모           뭔 날벼락이래… 

가 선보러 안간 기 와 내 잘못이란 

말이고… 

아주~ 동네북이지 내가.




고모 방으로 들어간다.



빈 무대 시간이 흐른다. 정적 


불이야불이야!!


사이렌 소리 요란하게 들린다.



순이네 뛰어 들어온다. 




순이네          형님! 형님! 형님,형님


시어머니 나온다.



시어머니        와 무슨 일인데 이래 호들갑이고 


순이네          크… 큰일 났어요?




치킨집 사장 뒤따라 들어온다.




치킨집 사장      민들레빵집에 불이 났어요!


시어머니        뭐 불이났다꼬? 




고모 뛰어나온다.




고모           뭐 민들레빵집? 가들 빵 사러 갔다 온다 했는데……


시어머니      뭐라꼬? 누가? 어데를?


고모          큰아하고 작은아하고 민들레빵집에서 팥빵 사 가지고..


시어머니      아이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순이네        형님(부축한다.)



시어머니      (정신을 차리고) 

야이야, 큰아야, 작은아야…

준이야! 빈이야!





시어머니 뛰쳐나가고 다들 달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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