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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경숙 Nov 08. 2023

꽃피는 봄이오면 (6)

2023 아르코 선정작 희곡부문 

- 6장 -





무대 중앙 훌라후프를 돌리며 운동하는

고모 


옆에서 공기하는 큰며느리 



고모 훌라후프를 돌리다 말고 큰며느리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고모          준이네야, 내가 누꼬?


큰며느리      (빤히 쳐다보다가)

준이네야, 내가 누꼬? 


고모          그러면 그렇지. 공기나 마자 해라. 


큰며느리      염치없는 고모는 훌라후프나 마자 돌리든가


고모          니… 니 뭐라 했노?


큰며느리      (빤히 쳐다보다) 

니… 니 뭐라 했노?


고모          니 지금 미친 척하는 기가? 

미친 척 연기하는 기가 말이다!


큰며느리      (공기를 하며 무심하게) 

나는 연기를 해도 고모 맹크로 잘은 못해요. 

고모님 연기는 깜빡 속겠어요.

내나 우리 엄마를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척, 

서울서 내리와가 염치없이 눌러앉는 척, 

고모는 뭐든지 척척박사네요.

 척척박사, 척척박사.




시어머니 들어오다 듣고는




시어머 누가 그래 척척박사고? 


고모        야… 야 하는말 들었어요? 

야가 아무래도 미친 척하는 기지. 

어떨 때는  나보다 더 정신이 똘망똘망하다니까요?


시어머니     말조심하이소. 

누가 미쳐요. 정신 좀 오락가락한다고 그

런 말 하는 거 아니라요.


고모         아이고 답답해라. 

그래요. 

누가 이 집서 내가 하는 말 들어줬다꼬. 

이러다가 내가 미치지. 내가 미쳐.



주방에서 작은며느리 나온다. 



작은며느리    어머니 어데 다녀오심니꺼?


시어머니      니 일로 올라와 봐라.




작은며느리 마루로 올라간다. 


시어머니 작은며느리에게 대뜸 사진 한 장을 내민다.


시어머니      니 이거 함 봐봐라.


작은며느리    이게 뭔대요?


시어머니      어뜨노? 인물이 훤하다 아이가


작은며느리    뭐 훤하게 생기긴 했는데… 이 사진을 와.


시어머니      니 돌아오는 토요일에 시간 좀 비아놔라.


작은며느리    와이 카십니꺼. 지는 안 볼랍니다. 




고모 득달같이 달리온다. 




고모          어머머머, 언니, 

세상에! 며느리 시집보내는 시어머니도 있대요? 


시어머니      고모는 빠지이소. 


고모          세상에 상 치른지 월매나 됐따꼬 자를 시집보낸다고.


시어머니      (말을 자르고) 고모!


큰며느리     시집 난도 가고 싶다. 난도 시집가고 싶다. 시집.


시어머니     그래 니도 보내주꾸마. 니는 쪼매만 기다리라.


고모         하이고, 보낼라꺼든 저승 간 우리 오빠야 하고 준이 빈이한테 물어보고  하이소!





팩 하고 돌아서 대문 밖으로 나간다. 




시어머니     신경 쓸 거 없다. 토요일이다. 

그래 알고 시간 비아라. 


작은며느리   어머니! 


큰며느리     시집 난도 가고 싶다! 


시어머니     그래… 니도 그래 시집이 가고 싶나? 

엄마하고 쪼매만 더 있으모 안되겠나?


큰며느리     내일 달걀 삶아 가꼬 소풍 가자. 

소풍, 달걀도 먹고 소풍도 가고 준이 아부지도 만나고 큰딸도 만나고……


시어머니     야이야, 니 그걸 기억하나? 


큰며느리     민들레빵집은 팥빵이 제일 맛있다. 

다른 거는 너거 다 묵어라. 나는 팥빵밖에 안 묵는다. 





시어머니 놀란 표정으로 큰며느리를 쳐다보고 모두 모션 스톱


순이네 막걸리 한 병과 파전을 들고 들어온다.





순이네       형님, 나왔어요! 형님.




모션스톱 해제



시어머니     왔는가? 


순이네       파전 좀 구워 왔수. 

이거 좀 자셔봐. 파전하면 또 막걸리지. 

자네들도 한잔 할껴?


작은며느리   오셨어요? 두분이서 맛나게 자셔요.


순이네       그려 우리 큰따님, 막걸리 한잔할껴?


큰며느리     막걸리는 순이네 막걸리가 최고, 양조장 하는 아들래미 땜시 맛 평가에

서 공정성을 잃어버렸다 이 말이제. 


순이네        뭐라고 지끼는겨?


시어머니      어여 올라와.


순이네        이놈이 그 울 아들래미 양조장서 방금 뜬 따끈따끈한 술이여.




시어머니와 순이네가 마루에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신다.


작은며느리 큰며느리 손을 잡고 마당 한 켠을 데리고 간다.




작은며느리     형님 잠깐만 있어 봐요.



작은며느리 주방에서 팥방을 가지고 나온다.


팥빵을 내민다.




작은며느리     이거


큰며느리       팥빵이다. 

팥빵은 민들레빵집이 제일 맛있는데.. 잘먹겠습니다.


작은며느리     형님 그거 알아요? 

내가 얼마나 형님을 의지하고 있는지……




큰며느리 말없이 팥빵만 열심히 먹는다.




작은며느리    예전에 형님이랑 한집에서 살 찍에 기억나요? 

처음 시집와가 양말 한 짝 꿰멜 줄도 모르고 다림질을 할 줄 아나

… 

형님 손을 안 빌린 게 없네요. 


우렁이 각시 맨치로 어머니 몰래… 

어머님이 왜 모르셨겠어요? 


내 무안할까 봐 모른 척해주셨지요…

형님하고 어머님같이 좋은 분 만난 게 월매나 행운인지……



큰며느리      나도 다 기억난다. 

콩나물을 삶지도 않고 맹걸로 무치는 거 보고 한눈에 

알아봤다. 



작은며느리    형님…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큰며느리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주고 도와줘야겠다.

 어느 날 도련님 양복 단추가 떨어진 걸 봤는데 달아줄라꼬 보이 벌써 누가 달아놨더라. 

양말도 못 꼬매는 니가 꼬맸을리는 없고

도련님은 아예 그런데 관심도 없는데… 

누구겠노? 

그래서 아 엄마도 알고 있구나.



작은며느리     형님!


큰며느리       고마해라. 마이 뭇따 아이가


작은며느리     예?



큰며느리       언니 배

불러요. 이거 언니 먹어요.



작은며느리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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