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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경숙 Nov 08. 2023

꽃피는 봄이오면 (4)

2023 아르코 선정작 희곡부문 


- 4장 -


시어머니와 큰며느리 나들이옷을 입고 등장한다.

무대 한 켠에 벤치가 있다.


큰며느리 노래를 부른다.



큰며느리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언덕에 올라보면 지저귀는 즐거운 노랫소리. 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


시어머니       니 배 안 고프나.


큰며느리       안 고프다.


시어머니      (벤치를 발견하고는) 저짝에 안자가 뭐 좀 묵자.


큰며느리       꽃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언덕에 올라보면 지저귀는 즐거운 노랫소리. 꽃이 피는 봄을 알리네.


시어머니 삶은 달걀을 꺼낸다. 

껍질을 까려 자기 머리에 친다. 

달걀을 뺏어서 자기 머리에 치는 흉내를 내다 시어머니 머리에 다시 친다.



시어머니       야가… (달걀을 받아들고 껍질을 깐다.) 



옆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큰며느리


그러나 당신은 소식이 없고 오늘도 언덕에 혼자 서 있네

푸르른 하늘 보면 당신이 생각나서 한 마리 제비처럼

마음만 날아가네 당신은 제비처럼 반짝이는 날개를.…



시어머니       준이 아부지요. 우리 준이 빈이 잘 있는교? 

당신은 참말로 좋겄소. 

그렇게 보고 싶은 새끼들 품에 끼고 물고 빨고 하믄서… 그 어린것들 두고 갈 때는 눈도 못 감으시더니 이제는 나보다 가들 더 오래 끼고 계시는구려.

 (큰며느리를 한 번 쳐다보고) 

우리 큰며느리, 큰딸이 됐소. 

준이 맹크로 마이 묵고 마이 씩씩하고...

야도 준이 맹크로 빵을 좋아해요. 거 민들레빵집 알지요.

준이 아부지가 월급 타가 그 집 빵 사왔던 날 기억나요? 

아들이 하도 잘 먹어가 내 일부러 그랬지요. 

엄마는 그 집 팥빵 아니면 안 묵는다. 너거나 마이 무라. 

준이 가가 크는 내내 그 집 팥빵을 월매나 사오던지… 

그때부터 내는 팥빵이 싫었어요. 거 수크림, 곰보빵 다른 것도 많은데… 

꼭… 에휴, 이누무 주둥아리… 담부턴 팥 들어 가는 거는 꼴도 보기 싫더라카이……





모션 스톱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준이와 큰며느리의 데이트 시절인 듯하다.

테이블 위에는 빵 접시가 있다.


            준이 씨는 어머님이 이 집 팥빵만 좋아하시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어릴 때 아부지가 빵을 사왔는데 어무이가 이 집 팥빵만 좋아하시는 걸 모르고… 

다른 것만 죄다 골라와서 어무이는 손도 안 댔다 아입니까.

(웃음)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은 일일이 얘기를 해야 안다니까요. 


            그럼 그때부터 팥빵만 골라서 어머니께 사다드리는 거구요?


            100미터 앞에서도 이 집 팥빵 냄새만 나면 버선발로 뛰어나오시는 분이에요.


            (웃음) 아버님이 여자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라 자식들이 엄마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구요?


            그게 뭔 소린데요?



모션 스톱     




큰며느리       켁! 켁! (먹다가 목 메여 켁켁거린다) 


시어머니       야야~ 사이다 묵고 천천이 무라… 

(등을 두드리고 사이다를 따서 내민다.)  우리 큰딸도 얄궂게 그 집 팥빵만 찾는다 아입니까. 

(애처롭게 바라보며)  니~ 우리 옆집 순이 알제? 

(큰며느리 머리를 끄덕인다.)

가는 길 건너 빠리… 뭐라 켔는데 빠리… 바… 아무튼~ 그 집에 빵이 글케 맛있다 카던데 니는 와 맨날 민들레빵집이고?


큰며느리      민들레빵집… 민들레빵집……  (중얼거린다)


시어머니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 그래… 민들레빵집……





모션 스톱



           노란 민들레... 꽃말이 뭔지 알아요?


           글쎄요? 


           행복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요 착한 꽃말이라 더 이뻐 보이더라구요.

난 우리 엄마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날 엄마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언제요? 아버님이 빵 사오셨던 날요?


           네~ 두 형제가 열심히 빵을 먹는 동안 어무이는 내내 행복해하셨어요.

그렇게 뿌듯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크는 내내 보고 싶었거든요.


           민들레… 행복하고 감사하는 마음…… 꽃말 참이뿌다~


           늘 행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날 우리 어무이 마음을 안 이자뿔라

꼬……


           팥빵을……




정지 모션 풀린다.



큰며느리       엄마는 안 묵나. 


시어머니       엄마는 삶은 달걀 안 좋아한… 아이다 내도 묵자.



방에서 달걀을 꺼내서 머리에 치려 하자 큰며느리 낚아채서 자기 머리에 치는 척하다 시어머니 머리에 친다.


두 사람 보면서 서로 웃는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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