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서띵나라 Oct 31. 2024

제9화 새 신발의 저주

<껍데기가 벗겨져야 비로소...>


 겨울 부츠를 장만했다.

나는 신발을 잘 사는 편이다. 발바닥 통증으로

병원에 갔더니 족저근막염이란다.

염증은 어깨에도 갔다가 허리로 갔다가 온몸을 옮겨 다닌다. 이번에는 오른발 뒤꿈치 안쪽에서

신호를 보낸다.

 하루에 만보 이상을 걸어야 하는 나로서는

발 편한 신발이 최고다.

그래서인지 계절이 바뀌거나 할 때면 나는 늘 신발걱정부터 한다.

 이번에는 제법 괜찮은 가격에 발바닥에 쿠셔닝이 좋은 부츠를 장만했다.

처음 신었을 때 발이 편해서 덧신만 신고 부츠를 신었다. 출근길에 유리창에 비치는 신발이 예뻐 보여서 마음이 흡족했다.


그런데 왼쪽 복숭아뼈 있는 곳이 왠지 모르게

까슬까슬한 게 느껴졌다.

뭐지? 왜 그러지?

한참을 걷다 보니 따갑기 시작했다.

'에이그.. 또 시작이다'

분명히 발이 까졌을 게야..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에 가서 신발을 벗어 확인해 보니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눈으로 확인을 하니 더 따갑기 시작했다.

부츠 안쪽에 바느질 마감이 내 살갗을 벗겨냈다.

 나는 새 신발을 신을 때마다 뒤꿈치가 엉망이 된다. 발에 맞는 신발 일지라도 늘 그렇다.


새 신발을 신는 기쁨은 잠시일 뿐.

나는 고통 속에 절뚝인다.

 까진 살에 새 살이 돋을 때까지 잠시 멀리하고

그 자리가 꾸덕꾸덕 굳은살이 앉은 후에야 다시

꺼내 신는다.

그때는 안 아프다.

이미 아픈 곳을 알고 굳은살이 버텨주기에

그냥 내발은 새 신발을 받아준다.

..

사람도 그렇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생살이 까지도록

부딪혀 보고 피가 나서 굳은살이 배기도록 아픈 후에야 단단해진다.

...

이제는 어떤 사람도 어떤 말도

내게는 생채기를 내지 않는다.

...

많이 까여본 게야..

많이 부딪혀본 게야..

많이 굳은살이 박인 게야..


더 이상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을 테야.


내일은 새 신발을 신어도 되겠다.

작가의 이전글 제8화 켄타로의 키스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