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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내나는하루 Nov 10. 2023

나는 심리상담을 받는다3

착한 아이 콤플렉스 

요즘은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있다. 테니스, 아크릴화 그리기. 그림은 감상을 좋아해서 한번 그려보려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시간을 거듭할수록 실력이 차차 나아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선생님의 코치에 따라 결과물이 착착 나오는 것이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짜증이 났다.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나 좀 싸게 키우지 말고 나도 예체능 좀 시켜줘보지. 


나는 내가 예체능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줄 알았다. 예체능은 돈이 많이 든다며 공부만 시켰던 부모님이 원망스럽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나는 부모님의 칭찬을 받고 싶어서 잘하지도 못하는 공부를 꾸역꾸역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시험 잘 보면 칭찬해 줬으니까. 칭찬받으면 기분이 좋고 인정받았으니까. 칭찬에 목말랐던 내가 짠하다. 살아 내느라 고생했겠다.


결과에만 집착하는 삶이 힘들었던 것 같다. 과정이 하나도 즐겁지가 않고 항상 불안하고, 불만족스럽고, 짜증 나고, 불편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는 순간에만 잠깐 행복했다.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칭찬받고 기뻐하는 목소리에 기분 좋고 보람 있고, 행복했다.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가 없으면 전화도 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실망하는 목소리에 주눅 들기 싫었기 때문에. 쩝. 실망만 하시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느라 고생했다고 좀 말해주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많이 외로웠겠다. 


요즘은 칭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하기 연습 중이다. 아무도 모르지만 혼자 엉뚱한 데 가서 발악한다. 모임에 나가면 괜히 '하기 싫어', '나 이거 안 할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일부러. 친구들이 받아준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싫다'라는 말을 하기 어려우니까, 잘 받아주는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싫어!'를 연습한다. '숟가락, 젓가락 놓기 싫어.',  '두 손으로 물건 받기 싫어'. ' 이 음식 맛없다', '소주는 무슨 맛으로 먹는 거야, 맛없어'. 너무 예의 없이 그러지 말라는 친구에게 '내 맘이야, 어쩌라고'를 연발하면서 멋대로 말을 해본다. 


한번 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순종적으로 살았는지. 양보하기 싫고, 내 물건은 내꺼고, 내 공간은 내 껀데 왜 그렇게 나한테 강요를 했는지. 나쁘다. 내 편 좀 들어주지. 너무해. 화가 나고 속상해. 오늘도 부모님 성토대회를 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면전에다 말도 못 하는데 인터넷에라도 좀 끄적여봐야지.


오늘도 상담하면서 울고, 또 집에서 와서 엉엉 울었다. 속 시원하다. 언제쯤이면 안 울고 툭툭 말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오늘도 살아내느라 애썼다. 잘했어!






이미지 출처 :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09/20150809008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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