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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내나는하루 Sep 23. 2023

어린 아이의 순수한 필촉, 장욱진3

장욱진 회고전

세 번째 전시실로 넘어간다. 주제는 진진묘이다. 진진묘는 장 화백 부인의 법명이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과 불심에 따라 그린 그림이다. 어린 시절 유행했던 캐릭터, 졸라맨이 생각났다. 그림이란 대단히 어렵게 접근할 필요가 없다. 내가 제일 익숙한 것에서부터 접근하여 친숙해지면 된다.

  

  아내는 진진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이 이 그림을 보고 난 뒤로 며칠 동안 앓아 누웠기 때문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한 색체에 간결하고 친숙한 선은 여운이 남는다.



이번 전시에 하이라이트 작품인 것 같았다.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가족’이라는 두 작품을 나란히 걸어두었다. 이 그림은 가로가 약 20센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작품이다. 좌우에 나무가 있고 방안에 가족들이 밖을 내다보고있다.


  이 그림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장화백이 이 작품을 팔고, 그림은 일본으로 넘어갔다. 아주 오래 전 일이었다. 이번 전시에 이 작품을 공개하고자 박물관 직원이 수소문하여 소장자의 아들을 찾았다고 한다. 수 많은 메일을 작성하고 겨우 마지막에 답장을 받았는데, 소장자의 아들이 작품을 아무리 찾아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직원은 일본으로까지 건너 가서 작품을 같이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현 소장자의 아버지 그림 창고에 가서 다락을 뒤졌는데, 그 누관 구석에 비스듬히

놓인 작품이 있었다고 한다. 이 그림을 찾게 된 이야기는 영화같았다. 아, 이거 영화같은 이야기다.




  본 작품을 팔고 난 뒤, 작가는 아쉬운 마음에 유사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바로 옆 좌측에 동시에 전시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원본이 더 거룩하게 느껴진다.


두 작품을 전시실 안에 방 같은 공간을 만들어 놓고 그 방실에 걸어뒀다. 아마도 가족이 다 같이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어서 아늑함과 온안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던 큐레이터에 의도인 것 같다.


 

위 작품은 ‘미륵존여래불’이다. 작품 왼쪽 아래 오징어 머리 모양을 한 세모 뾰족이 불상이란다. 불상이

너무 간결하게 표현된 거 아니야? 싶었는데, 실존 모델이 있었다. 오잉. 불상이 저렇게 귀엽게 생길 수도 있구나 싶었다. 바밤바 봉투에 있던 밤송이 그림이. 생각나는 불상이다.




이 그림은 2전시실에 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천지인을 표현하고 있는데, 장욱진은 구상미술만 한 것이 아니었다. 추상미술을 통하여 자신의 철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색감에서 자꾸 김환기가 생각났다. 푸른 색의 점묘도를 그린 김환기의 작품이 오버랩되었다.



까치를 표현한 이 작품에서도 김환기의 블루가 생각났다. 김환기의 블루에서 편안함과 위안을 얻었던 것이 떠올랐다. 장욱진의 블루와 까치에서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자연, 자연스러움, 자유로움.



가족애를 나타내는 집, 자연스러움의 나무, 까치를 통한 자식애, 해와 달을 통한 시간의 영속성. 장욱진의 미술 세계를 나타내는 주요 상징물 인 것 같다.



  장욱진의 천진난만하고 순결한 그림들을 보고 나니, 나의 행복 스위치가 켜졌다. 나는 역시 그림 감상할 때 행복한 사람이구나. 그림은 역시 위로가 됨을 한 번 더 느꼈다.


  덕수궁 입장료가 아까우니, 온 김에 궁궐 한 바퀴를얼른 돌아본다. 커피를 좋아하는 고종과 나에게 가배를 마시고 싶게 하는 정관헌을 보고간다. 서울의 궁궐과 야경은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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