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출구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에게 사랑은 입구는 존재해도 출구는 없는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떼어낼 수 없는 진득한 사랑을 하게 되는 때일수록 정말 슬퍼지는 것 같아요. 왜 사랑의 결말은 이별 아니면 결혼일까요.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웃기게도 보통의 우리는 그렇더라고요. 꽤 오랜 기간 사랑했다 싶으면 상대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지고, 이런 마음을 표현했을 때 상대도 나의 마음과 같다면 그렇게 평생을 함께하는 단짝 친구가 될 수도 있는 반면에, 나의 마음과 다르다면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이별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왜 이런 순서를 거쳐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출구가 없는 사랑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그러려면 저와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할 필요가 있겠죠. 물론 결론을 미리 단정을 짓지 않고 그저 흐르듯이 사랑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지만, 결국 길게 사랑하다 보면 어쨌든 이 사람과 평생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니까, 어떻게 보면 눈치 싸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한 가지 예시를 들어 볼게요. A와 B가 커플이라고 가정했을 때, A는 B와 결혼을 하고 싶은데 B는 아니라면, 그 사랑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저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투정하듯 이야기해요. “왜 사랑의 끝은 이별 아니면 결혼일까?” 하면서요. 분명 처음에는 서로 좋아하며 손 붙잡고 껴안고 그렇게 사랑하면서 나중에는 머리를 싸매게 되는 그런 사랑이 저는 싫습니다. 어떻게든 속이 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 그렇다고 제 말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저의 생각일 뿐이에요. 저는 사랑을 시작하면 늘 출구는 정해놓지 않는 편입니다. 그냥 한번 빠지면 나가기 싫어요. 이미 그 사람이 나의 전부이고 또 전부이길 바라는데 어쨌든 우리의 결말을 정해놔야 한다는 사실이 가혹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요, 어차피 출구가 있을 것이라면 정말 내가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서로 사랑하다가도 각을 재더라고요. 밀고 당기면서요. 물론 어느 정도 그런 유연함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인관계도 결국 인간관계 중 한 부분이라 느슨해지지 않게 약간의 긴장감을 주는 것도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자꾸 사랑하면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도 저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때는 내가 너무 여우가 아니라 곰 같이 사랑하나 싶기도 한데요, 이렇게 온전히 내 사랑을 전부 표현하고 아낌없이 사랑을 쏟고 나면 마주치기 싫은 출구를 마주쳐서 그 계단을 억지로 내려갈 때 밀려오는 후회는 없었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인 것 같아요.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랑을 쏟아부을 것에 관한 선택이요. 그냥요, 우리가 어떤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할 때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에 동의를 눌러야 하는 것처럼 사랑도 똑같은 것 같아요. 일단 동의서에 동의는 하는데, 그 동의서가 폐기될 수도 있는 그런 변수들이 존재하는 것. 이것이 저의 사랑에 관한 고찰입니다. 만약 당신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서로에게 완벽한 사랑을 잘 일구어나가는 사람이라면, 저는 그저 부럽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사랑 앞에서 바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릇의 크기를 정하지 못하고 그냥 있는 대로 다 쏟아붓곤 합니다. 언젠가 이런 저의 사랑의 모양도 변하는 날이 올까요? 그런 날이 오기를 딱히 기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죠. 여하튼 저는 사랑을 할 때 출구는 찾지 않는 편입니다. 뭐, 그렇답니다.
당신이 품고 있는 사랑의 발자취는 어떠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