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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ul 29. 2024

에필로그

나의 이야기

어른이 되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렵고 힘겨운 일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20대가 되면 행복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매년 정말 고민의 연속이에요. 이건 다 잘 살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나잇값을 하고 싶고, 제 앞가림도 잘하고 싶고, 나중에는 꼭 좋은 어른이 되어서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제 미래를 위해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요. 사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 가볼까도 잠시 생각을 했었고, 실제로 예약까지 마쳤었는데, 그래도 자력으로 일어서 보자고 다짐하고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입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빛나는 나의 모습으로 채워가는 일이 정말 쉽지 않고 주저앉았다, 일어났다, 울었다, 웃었다를 반복하는 삶이지만 저는 그래도 계속 머릿속에 상상하고, 떠올리고, 어떤 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에 알맞은 노력을 하다 보면 내가 그리는 유토피아에 비로소 도착하는 날이 분명 도래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리고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물론 자신이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내가 나의 편이 되어주자는 생각입니다. 나의 부족함과 나의 결핍을 인정하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주고, 하다못해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들을 앞으로도 꾸준히 연습해 보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자꾸 부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는 슬픈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부족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모나고 싶지 않아서요. 사실은 조금 부족해도 되고, 실수해도 되고, 미숙해도 되는데 이것들을 회피하고 저도 모르게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조차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근래 정말 많이 깨달았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뭐 어떻나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힘든지, 그렇지 않은지를 스스로 깨닫고 내 편 이 되어주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인데 말이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좋은 사람으로 비추어지고 싶다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에 매달릴 필요까지는 없으니 일단 나 자신을 먼저 인정해 주는 연습을 해봐야겠습니다. 달릴 때는 달리면서도 쉴 때는 잘 쉬고, 균형을 잘 잡아가는 사람이 정말 본인을 아끼고 또 본인 삶을 잘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많이 안 살아봐서 더 살아봐야 알겠지만, 사람이 사는 일들, 그러니까 인생의 기본 맥락은 뭐 대부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각자만의 아카이브는 물론 다르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맥락은 비슷합니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말이죠.


최근에 면접을 보면서 주위에서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냐는 질문을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 메이커라고 대답을 했는데, 글쎄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지쳐서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언제까지 이 배려가 계속될지도 모르겠고요.


그냥 저는 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굳이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을 겁니다.


살아내는 일이 어렵지만 저는 앞으로도 잘 살아내고 싶습니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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