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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네 Oct 25. 2024

7-1. 오른손이 절실했다.

한 손만으로 할 수 없는 일들


한 손만 가지고 할 수 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나는 욕쟁이가 되어간다.


 컵라면을 먹고 싶었다. 포장봉지 뜯는게 어렵다. 그래도 어찌저찌 뜯는다. 수프 봉지를 입으로 는다. 병원 복도의 정수기까지 뒤뚱뒤뚱 걸어간다. 온수버튼을 누르고 물을 받아야하네? 왼손은 컵라면을 들고 있다. 오른손은 못쓴다. 이거 이제 어떻게 하지?

 이런xx..



  의자 높이 조절 레버는 오른쪽에 있다. 높이를 낮추려면 앉은 채로 레버를 올려야 한다. 일어나서 하려니 무게가 없어 더 올라가기만 한다. 앉아서 왼손으로 해보다가 굴러 떨어졌다. 코어도 약해 몸 균형을 유지하어렵다.

아이xx..



 냉동실에 있는 소고기 스테이크를 구워봤다. 미디움 레어로 잘 구워졌다. 왼손에 집게를 들고.. 가위는 어떻게 잡지? 팬에 대고 가위질을 해도 잘 안된다. 결국 고깃덩이를 입에 물고 왼손으로 가위질을 했다.

다신 안해, xx..



 참치캔을 따고 싶었다. 캔뚜껑을 젖혀 틈을 만들고.. 이제 어떻게 하지? 한손으로 어떻게 따지? 결국 포기하고 틈을 최대한 벌린 뒤 젓가락으로 속까지 긁어먹었다.

 이런xx..



 노트북이 에러나서 마우스가 안먹는다. 컨트롤+알트+딜리트를 한번에 눌러 강제종료를 해야했다. 왼손으로 컨트롤이랑 알트를 누르고.. 오른쪽에 있는 딜리트는? 어떻게 누르지? 이것저것 궁리를 하다 결국 볼펜을 입에 물고 입으로 눌렀다.

xx.. 나 사무직인데 복직 어떻게 하지..





 세수를 양손으로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참함이 울컥 솟구쳤다. 오른손은 주먹을 쥔 채로 얼굴에 비비니 손톱에 얼굴이 긁혀 아픈 까닭이다.

왼손으로만 해봤다. 비참한건 마찬가지였다.

 뺨에 묻은 것이 눈물인지 수돗물인지 아무도 모른다. 완벽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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