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가 사람을 참 피말린다. 위도, 아래도 보지 말고 앞이랑 뒤만 보자. 1년 전 오늘, 다리가 없는 것만 같아 대성통곡을 했다.
1. 1년 전 오늘, 엎드려서 다리 굽혀 들어 올리기 운동을 시도해봤다. 다리가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동생의 도움을 받아 다시 시도했다. 다리가 뜨자, 마치 무릎아래로는 다리가 없는 느낌이 들었다.
"싫어!!! 나 다리가 없어..!! 내 다리가 없어졌어!!!"
너무 놀라고, 무섭고, 끔찍해서 소리지르면서 침대를 쾅쾅 쳤다. 엉엉 울었다.
2. 오늘, 엎드려서 다리를 들어올리는건 여전히 무겁고 불안정하지만, 내 스스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리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겠다.
3. 사실 오늘 치료시간에 나보다 발병이 더 늦은 환자들이 맞은편에서 손가락을 움직이고, 물건을 집는 연습하는걸 지켜보며 좌절감이 몰려오려는걸 꾹 눌렀다. 위도 아래도 보지마. 수없이 되뇌면서.
인간은 일생동안 다른 인간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일란성쌍둥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은 다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비교란 둘 이상의 대상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따위를 고찰하는 일이므로, 사람에게 눈과 귀가 달린 이상 비교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보이는데 어떻게 해. 들리는데 어떻게 해.
병원에서도 그렇다. 각자 이 병원에 오게 된 원인, 다친 부위, 시기, 장애 양상들이 다 다른데, 끊임없이 다른 환자와 비교한다.
나도 그랬다. 잠깐 아팠다가 멀쩡히 걸어다니게되고 금방 퇴원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 미칠 것 같았다. 아니, 장애가 있어 재활병원에 입원했다 할지라도 손가락을 조금이라도 움직인다 싶으면 참을 수 없는 낭패감에 휩싸였다.
'나는, 나는 손 전혀 못쓰는데.. 나 진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나는 안 움직이지? 내 머릿속에 손가락을 움직이는 부분이 죽어버린건가, 이제 진짜로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건가?
큰맘먹고 산 200만원짜리 기타는 어떻게 되는거지? 3개월밖에 안됐는데. 한창 닌텐도 게임도 재밌게 하고 있었는데. 그건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엄마차 갖고와서 운전시작한지 한달밖에 안됐는데, 팔아서 치료비에 보태고 이미 없단다. 그런건가? 이미 그것들은 내게서 '없어진 것'이 된건가?
그래서 손 쓰는 사람들을 보면 유난히 가슴이 아팠다. 아픈사람들끼리 비교하는 것, 부질없다는 거 잘 알지마는..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 알고있었다.
1년여를 휠체어타다 조금씩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수시로 비틀거려 보호자가 곁에서 지켜봐줘야 하지만, 휠체어를 안탄다는 것만으로도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걸어다녀서 좋겠네. 나도 걸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병원에서 마주친 할머님이었다. 속좁게도 나는 심통이 났다.
'할머니, 할머니는 제 나이 때 뛰어다니셨잖아요. 20대에 이러고 병원에 있는게 진짜로 부러우세요? 저는 정말로, 한시도 쉬면 안될 것마냥 열심히 재활했단 말이에요. 그런데도 오른손을 하나도 못써요.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혀 모르겠단 말이에요.'
이렇게 한번 속으로 하소연을 한 뒤 비져나오는 불만을 갈무리하며 말한다.
"어유 할머니는 그래도 손을 다 쓰시네요~ 이게 참 골치아파요. 목적지까지 걸어가면 뭐해요? 손을 못써서 뭘 하지도 못하는데."
웃기는건, 그러고서는 나도 손쓰는 사람들에게 부럽다고 말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같은 병실에 30대 초반의 언니가 입원했다. 외상성 척수손상이었는데, 입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럽다..."
"뭐, 나도 너한테 부러운거 많거든?!ㅋㅋ"
그 말을 들은 순간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그 언니는 그 사고로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다. 뭐가 어떻게 부러운거야, 못난아. 이제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며칠뒤까지 내가 한 말이 아른거려 사과했더니 기억도 못한다. 멋지고 쿨한, 강한 언니.
세상살이, 비교는 끊임없이 일어난다. 보이니까, 들리니까.
일란성쌍둥이라 할지라도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은 다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그래서 비교와 부러움이 의미없다. 어차피 다 다른데. 인생 바꿀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