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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네 Oct 25. 2024

9. 재활난민 안네의 재활병원 뺑뺑이 라이프

feat. 요양병원과 코로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14/0000732234


석 달마다 "나가라" 병원 떠도는 '재활난민' 왜?


 이해를 돕기 위해 뉴스기사를 첨부합니다.




재활난민의 병원 뺑뺑이


 대부분의 재활병원은 입원기간이 정해져있다. 짧게는 2달, 길면 6개월.

 문제는 이 병이 그 안에 낫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인데, 그래서 환자들은 일명 '재활난민'이 되어 병원 뺑뺑이 생활을 시작한다.

 그나마 입원기간이 없는 병원도 발병한 지 오래되면 언제 나가라고 할지 모른다. 공단에서 발병기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치료 수를 정해놓았고, 치료 수는 병원이 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수가와도 연결되어 오래된 환자는 병원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2년은 열심히 하자.'는 말이 생겨났다. 2년 후가 치료 수가 급감하는 시간이다.

 그 때까지 재활병원에 남아있는 뇌병변 장애인들 중 사실 멀쩡해져서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나는 아예 못봤다. 잠깐 마비왔다 돌아온 사람들은 몇 달안에 다 돌아와 이미 일찍 갔으니까.) 제 선택해야 한다. 병원을 나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거나, 본인부담 비급여 치료를 늘려 병원에 남아있거나.


 그런데 내가 병원에 입원해있는 기간동안, 병원의 입원기간을 늘려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의 등장이었다.





재활(요양)병원과 코로나


 휠체어를 떼고 걸어다니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19년말부터 중국발 '우한폐렴'에 대한 얘기가 들리더니, 20년 1월 설연휴를 집에서 보내고 병원 복귀하자마자 예고없이 병원이 폐쇄되었다. 몇 해 전 병원을 통한 메르스 전파를 경험했던 정부는 가장 먼저 병원, 특히 요양병원을 닫아걸었다. 내가 입원한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재활병원은 뇌질환 환자들이 많은 '요양병원'이 많고, 입원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자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의 준비는 커녕 짐을 몇주치 싸들고 온것도 아닌데 당장 이번 주말부터 외출, 외박 금지란다. 면회도 금지라서 동생이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오면 입구에서 직원이 받아다가 전해준다. 지방에서 아빠가 올라오셨는데 손한번 못잡아보고 돌아가셔야 했다.


 한번 입원하면 그야말로 감금. 외출, 외박, 면회가 다 안된다. 그래도 면회는 해야했기에, 우리 병원에서는 특이한 면회법이 생겼다.

 유리통창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전화를 걸어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를 듣는다. 교도소 면회는 구멍이라도 뚫려있지.. 밖에서는 햇빛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얼굴보겠다고 와준 사람들에게 참 감사했다.



 수개월이 지났는데, 전염병이 사그라들기는 커녕 국내에도 창궐하기 시작했다. 병원은 신규 환자의 입원과 함께 들어올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을 감수하기 보다는 기존 환자들의 입원기간 연장을 택했다.


 병원에 갇힌지 100일이 되니 이제 조만간 곰이나 호랑이가 되겠다며 마늘과 쑥을 준비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이다. 아니면 세상이 나를 우리 안의 곰취급 하고있는거거나. 외롭다거나 놀고싶다거나 한건 아닌데 그래도 '고립'되어간다는 느낌이 들 때면 썩 유쾌하지 않다.



 유일하게 외출이 허락되는 때는 다른 병원의 외래진료가 필요할 때이다. 수술한 병원에 경과 추적관찰을 갔다가 입원한 병원으로 돌아가는데, '집에 가자.'고 말하는 내모습을 발견하고는 참 안타까웠다.



 답답하다고 퇴원하자니 지금 내 신체기능으로는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혼자 할 수있는게 별로 없다. 최악보다는 차악. 병원엔 그런 선택을 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요양병원 면회, 외출, 외박금지는 내가 4번의 재활병원 뺑뺑이를 종료한 21년까지도 계속되었다.





아픈게 죄


 '아픈게 죄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적절한 말을 만든걸까.


 무언가 상실하게 되면 원인을 찾는다.

 나도 그랬다. 평온한 내 일상은 영원할 것이었는데, 그걸 깬 이 분명 존재할거라는 생각에서.

 원인이 분명하고 명확히 찾을 수 있는 경우도 많겠지만, 없거나 특정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게 '질병'아닐까싶다.

 원인을 파고 들어가다보면 저 밑바닥에 부딪힌다.

 '그래서 어쩔건데. 이유를 찾아내면 멱살잡고 돌려내라고 흔들거야? 잡아 족친들, 아갈 수나 있어?'

 끝내는 탓할게 없다. 그래서 '내가 죄인'이 된다.

 


 2년이 지나서 치료가 줄어도,

 코로나 이후로 집에서 외박하는게 소원이 되어도,

 이태원에서 놀다가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으면 가까운 보건소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지만, 병원 폐쇄로 내내 갇혀있던 환자와 보호자는 다른 병원 전원을 위해 검사비용 15만원을 지불해도,

 입원환자 외출 금지라 제일 친한 친구 결혼식엘 못가도,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에 사람들이 그득하건말건 한발짝도 못나가도,


 탓할 사람이 없다.

 그럼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픈게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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