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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네 Oct 26. 2024

13. 이제 집에서 잘 수 있다!

입원 끝, 통원시작



퇴원을 했다.


'지난했다.'
지극히 어려웠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어려웠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남들 앞에서 태연히 말하고, 웃기가 어려웠다.
백을 부으면 일만 담기는 것이 재활인지라, 그 허탈함을 누르고 다음엔 이백을 부으리라 다짐하는게 어려웠다.
닥쳐오는 내일의 비관 앞에서 묵묵히 오늘을 노력함이 어려웠다.

 지겹고도 어려웠지만, 그 안에서도 희로애락이 있더라.
 인생 살고 볼 일이라는거, 이런건가 싶었다.



 엄밀히 말하면 2년도 넘는 병원 생활은 일종의 도피이고 회피였다. 이제 진짜 현실과 부닥치기 전, 소프트랜딩을 위한 이른 퇴원을 결심했다.

 병원생활이 끝나갈 무렵에 와서 돌이켜보건대,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부분이 정말 많았다. 건강을 가져가고 대신 인복을 주셨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깊은 애정을 받았다. 내가 지금까지 아직 아무것도 잃지 않은 것은 주변 사람들이 대신 싸우고 지켜내 준 덕일테다.

 지난밤엔 재직시절 사수로 같이 일했던 과장님의 전화가 왔다. 퇴원 축하한다며, 2년 넘는 시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잘 버텨준 것에 경의를 표한다는 메시지. 내 입장을 오랜 시간 대변해 준 내용과 상황들을 자세히 들었다. 빨리 복직해서 같이 일하자고, 내가 도와주겠다고 말씀해 주시는 고마운 분. 두고두고 보답해야할 사람들이 참 많다.
 받은 만큼 많이 베풀기. 또한번 되새긴다.



 아마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상처도 많이 받겠지 싶다.
그래도 뭐,
닥치면 다 하겠지! 그냥 하는게 아니라 '잘' 하겠지!


 무엇보다도, 이제 집에서 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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