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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네 Oct 26. 2024

14. 장애인 보호자의 마음가짐에 대하여

마음병원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중구난방 뒤뚱뒤뚱

 병원에서 만났던 사람들끼리 단체 이름을 정했다. 저마다 병원에 오게 된 사유도, 병의 양상도 다른 중구난방이지만, 뒤뚱뒤뚱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의미에서.



발병 후 첫 여행

퇴원 후 복직까지 조금의 시간이 남았다.

중구난방 뒤뚱뒤뚱 일행과 퇴원하고 진주로 되돌아간 언니네 집에 놀러 갔다 왔다.



장애인 4명에 보호자 하나.

가는 곳마다 주위의 시선을 끄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사실 내 걷는거 신경 쓰느라 주위 눈이 잘 신경 쓰이지 않지만, 같이 동행한 보호자께선 힐끔대는 시선을 많이 느끼시나 보다. 갑자기 내가 다니는 회사의 근황을 물으시길래 답해드렸더니 한참 후에 얘기하신다.

 "일부러 그런거야.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길래. 얘네 불쌍한 애들 아니다. 당신들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하고 능력있다."


 보호자는 환자몫의 시선까지 살펴야 해서 시야를 더 넓게 보는데, 그런 연민 가득한 시선을 느낄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고 하셨다.


 없어진 기능을 되찾는, 죽은 뇌세포를 대신해 새로운 경로를 탄생시켜야 하는, 이 지난한 작업이 본인은 볼 수록 경이로우시다고. 예술 관련 분야에 종사하시는 이 분은 보호자의 입장에서 재활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름답고도 숭고하다. 이것이 예술이 아니면 무언가. 지금까지 봐왔던 예술작품은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라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노력과 고통을 눈곱만큼도 모르는 사람들이 연민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혀를 찰 때 화가 난다고.


 그래서 너희들이 화장도 예쁘게 하고 다니고, 짧은 치마도 입고 멋 부리는 게 너무 보기 좋다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버리라고.



 나도다.

 이 시간을 제법 잘 견뎌온, 견뎌내고 있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병원에서 지나가는 행인이 내게 말을 걸면서 혀를 차시길래, '사람 앞에서 혀 차지 마세요. 제가 불쌍해보이세요?' 하고 헛웃음을 깨물며 되물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자신이 불쌍할 때가 없다고는 말 못하지만, 아니 자주 그럴지도 모르지만, 대놓고 동정하는건 반갑지 않다.


 퇴원하고 바깥생활을 하면서, 보호자들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그런 시선들을 종종 느낀다. 내가 그렇게까지 마이웨이일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그냥 그렇다. 신경이 별로 안 쓰인다. 못하는 내 자신에 화가나는거지 주변시선은 그닥.. 하물며 스쳐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건말건 그닥..


 그래서 보호자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우리도 길가다가 특이한 차림의 사람이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가잖아요. 대부분은 그런 경우일거에요.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궁금증. 저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겨요."


 너희들한테 또하나 배운다고 말씀해주시는, 사려깊고 배려 넘치는 분.

 병원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에 진짜 보석같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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