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
사람들이 바삐 오가는 인도를 걷고 있었다.
한 여자가 걷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사람들은 그녀를 따라 하늘을 봤다. 하늘엔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포함, 의아한 사람들의 시선이 이젠 그녀에게 향했다. 그녀가 왜 갑자기 멈춰서 하늘을 보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같이 멈춰서 그녀를 주시할 순 없었다. 그녀가 무슨 엄청난 퍼포먼스를 한 게 아니니까. 그래서 다들 자기 고개가 돌아가는 각도까지만 쳐다보다 뒷사람들에게 구경거리를 물려주고 지나갔다. 시간이 다소 풍부한 나는 남들보다 궁금증이 컸고 그래서 계속 서서 지켜봤다.
순간 어떤 생각이 덜컥 찾아왔다. 이게 쳐다볼 일인가? 길을 걷다 멈춰 하늘을 봤단 이유로?
사유지가 아닌 길거리에서 적정 속도로 흐름에 맞춰 전진하지 않는 자에게 사람들은 단죄의 시선을 보낸다. 문제의식을 드러내면서 ‘단죄’라는 단어를 굳이 골라 쓴 나 역시 어떤 하찮은 질서의 노예가 된 듯했다.
하늘을 보던 그녀는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갑자기 뭘 보고 경악한 사람처럼 입을 크게 벌렸다.
이어 한바탕 시원하게 재채기를 터뜨렸다.
그리고 가던 길을 다시 가기 시작했다.
2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 앞은 상가들이 밀집해 있었지만 오전 무렵이라 거리는 대체로 한산했고 비둘기 몇 마리가 바닥을 쪼아대고 있었다.
막 문을 연 치킨집에서 사장으로 보이는 4,50대 남자가 청소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큰 쓰레기는 줍고 나머지 자잘한 먼지는 빗자루로 쓸어모아 열린 문 밖으로 몰아내고는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청소를 했다.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양동이를 든 그를 보고 멈칫 하는 광경까지 보고 나는 버스정류장 액정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5분후 도착>이란 표시를 확인하고 나서, 무심코 다시 문 열린 치킨집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비둘기 한 마리가 치킨집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특정 생명체의 관용적 동선 이탈’이라는 하찮은 이유로 내 눈은 넋이 나갔다. 실내에 들어선 비둘기는 뭘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서성댔다. 치킨집 사장을 비둘기로부터 등을 돌린 채 바닥을 쓸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바닥을 쓸었다. 비둘기가 그를 기다리는 건지 내가 그를 기다리는 건지 헷갈렸다. 아 빨리 좀 돌아봐라. 내가 탈 버스 곧 도착한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장은 비둘기를 보고 나만큼 황당해했고 비둘기도 사람처럼 우뚝 멈추진 않았지만 옆눈으로 분명히 사장을 보고 있었다. 숨막히는 대치가 시작됐다. 빗자루를 든 채로 멍하니 비둘기를 내려다보는 사장 머리 위에 내 눈에 말풍선이 보였다. ‘여긴 치킨집이라 널 어떻게 해줄 수가 없구나’
내친 김에 비둘기의 머리 위에도 말풍선을 그려넣었다. ‘실례했어요. 사는 게 힘들어서 내가 잠시 나쁜 생각을 했네요’
스토리에 맞게 비둘기는 그 타이밍에 밖으로 종종거리며 나왔고 사장은 그 뒷모습을 조금 더 응시하다가 다시 청소를 시작했다.
난 결국 버스를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