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인근 유치원 가운데
나름 명성이 자자하다.
규모와 이력도 나무랄 데가 없다.
무엇보다 '바른 인성을 키우는' 유치원이라는
지향점과 인근 유치원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선생님들의
근속 연수가 마음에 들어 선택한 유치원이다.
그런데 최근 이 유치원에도 트렌드를 반영한 변화가 있었다.
그 중 <이야기 할머니>라는
할머니들이 유치원에 오셔서 들려주는 옛이야기 대신
<코딩>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았다.
<이야기 할머니>가 <코딩>을 위해 쉽게 자리를 내주어도 될 만큼
가벼운 프로그램으로 인식됐다는 게 아쉽다.
<이야기 할머니>는 스토리가 지닌 힘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교육이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옛 정서를 느끼고
세대 간 공감 능력이 자란다.
옛 이야기 속에서 살아있는 역사를 배운다.
스토리의 힘은 참으로 무궁무진하다.
어른들의 지혜와 사랑이 담긴 이야기의 힘은
코딩과 견줄 수 없는 무한 가치를 지닌다.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상상의 세계에서 모험을 떠나고,
앞으로의 전개를 추리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이어갈 수 있다.
그야말로 상상력, 추리력, 창의력이 다발로 연결되어 자란다.
이야기의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토리가 없는 인물,
스토리가 없는 기업,
스토리가 없는 물건은
스토리를 지닌 것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스토리는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뿐인가?
<이야기 할머니>는 세대 간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시니어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의미도 크다.
교육기관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발빠른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교육에 대학 철학과 원칙이다.
유아 시기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가장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려한 선택이었는지 묻고 싶다.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보여주기에 치중하고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아이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이
너무 과해서 걱정하는 부모는 봤지만
서툴까봐 걱정하는 부모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코딩은 너무 이른 노출이 문제가 되었으면 되었지,
조금 더 늦은 나이에 배운다고 문제될 일은 없다.
오히려 유아기를 지나
제대로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뇌성장이
충분히 이루어진 뒤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