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순간을 함께 견디고 나면
쉽게 허물 수 없는 견고한 전우애 같은 것이 생긴다.
때로는 적군이 아군이 되는
드라마틱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흔들리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토끼와 여우!
<흔들흔들 다리에서>
포식자의 마음도 그만 흔들흔들~
책 속으로
계속되는 세찬 비바람으로
가까스로 통나무 하나만 남은 다리,
여우에게 쫓기던 토끼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위태로운 통나무 다리로 뛰어오른다.
아슬아슬한 다리를 건넌 다음,
통나무를 떨어뜨려 도망칠 속셈이었다.
하지만 여우란 녀석이 어디 그리 만만하던가.
여우도 통나무 다리를 못 건네게 하면
토끼를 붙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부랴부랴 바짝 토끼 뒤를 쫓는다.
여우가 통나무 다리에 뛰어오르는 순간,
크게 흔들리는 다리
토끼는 통나무 다리에 힘껏 매달리고
여우는 웃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이를 어쩐담!
비 때문에 약해진 둑에서 돌이 무너져 내리고
가뜩이나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던 통나무가 빠지면서
다리는 더 흔들린다.
이젠 도망칠 수 없을 거라며
여우는 입맛을 다시며 토끼에게 더 가까이 간다.
여우가 토끼를 향해 나아갈수록
다리는 점점 기울기 시작한다.
멈춰! 더 이상 이쪽으로 오지 마.
우리 모두 통나무와 함께 강으로 떨어질 거야!
토끼가 비명을 질렀어요.
으악! 위, 위험해.
여우가 화들짝 놀라며 멈춰 섰어요.
<흔들흔들 다이에서> 본문
토끼의 말을 들은 여우가 뒷걸음질을 친다.
여우가 움직일 때마다 시소처럼 흔들리는 다리,
잘못 움직였다간 강에 떨어져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진 여우는
균형이 딱 맞는 곳을 찾아 멈춰 선다.
여우는 눈앞에 먹이가 있는데 꼼짝달싹 할 수 없다고,
토끼는 도망치지 못해 분하다고,
둘은 서로를 향해 투덜거린다.
그러다 서서히 숲에 어둠이 찾아들자
둘은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어이, 누구 없어~~~~~~?
누가 좀 와 줘---------!
<흔들흔들 다리에서> 본문
숲에 울려 퍼진 소리를 들은 까마귀들이
제멋대로 통나무에 내려앉는 바람에
다리가 또 흔들흔들~~
한 차례 까마귀가 지나간 뒤,
토끼와 여우는 함께 가슴을 쓸어내린다.
어휴, 제멋대로인 놈들.
그러게, 통나무가 떨어지는 줄 알았어.
<흔들흔들 다리에서> 본문
함께 공공의 적을 경험한 토끼와 여우,
서서히 동지애를 느끼기 시작할 무렵
숲 속에 깊은 밤이 찾아온다.
숲 속의 밤은 속마음을 털어놓기 좋은
마법의 시간이 되어준다.
무너져 내릴 까 두려운 통나무를 붙든 채
꼼짝할 수 없는 시간
둘은 서로 적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형제 이야기, 추운 겨울의 이야기, 즐거웠던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그러는 사이 새벽바람이 불어와
통나무 다리가 돌기 시작한다.
통나무 다리는 결국 강에 떨어져 무너져 내리고,
둘은 힘을 모아 간신히 둑에 올라 목숨을 건진다.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넘긴 토끼와 여우,
이제 둘은 더 이상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가 아니다.
살다 보면 안다.
적군도 아군도
포식자도 피식자도
경쟁자도 조력자도
알고 보면 한 끗 차이다.
책 밖으로
<흔들흔들 다리에서> 독후활동
★ 흔들리는 통나무 다리에 처음 올라섰을 때 토끼와 여우 각자의 속셈은?
★ 함부로 움직여선 안 된다는 걸 깨달은 여우는 씩씩대며 중얼거린 말은?
★ 씩씩대며 중얼거리는 여우를 노려보며 토끼가 한 말은?
★ 깊은 밤이 되자 여우가 토끼에게 털어놓은 얘기는?
★ 깊은 밤 이야기를 나누던 중 토끼의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여우가 토끼에게 큰 소리로 외친 말은?
★ 함께 목숨을 건진 후 토끼를 놓아준 여우가 마지막으로 토끼에게 한 말은?
★ 토끼와 여우는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 마지막에 여우는 왜 토끼를 놓아주었을까?
★ 내가 여우였다면 토끼를 어떻게 했을까?
★ 이날 이후 토끼와 여우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