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죄와 벌
1)
안나카레니나를 다 읽고 이제 페스트를 읽어야지... 하면서 책장을 보다가 문득 멀리 외롭게 서있는 죄와 벌을 보고 다양한 생각이 떠올라 기록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
2) 죄와 벌의 첫 만남
어쩌다가 내가 이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서 기억이 확실하게 안 난다. 다만, 읽는 순간은 그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다. 처음 보는 900페이지라는 두께 그리고 처음 맛보는 노문학의 인명들은 나를 충분히 괴롭게 만들었으며 그래서 죄와 벌 1권을 읽는데 무려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러고 나서 한번 더 다시 읽고, 2권은 거의 한 달 만에 다 읽은 것으로 기억한다. 주로 학교에서 읽었는데 학교 친구들이 처음에 1권을 읽는 모습을 볼 때는 "너는 무슨 1년 내내 그 책만 읽냐"라는 말을 했다면 2권을 읽을 때는 "벌써 여기까지?"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차이가 컸다. 아마 그런 반응이 나온 이유는 내가 읽으면 읽을수록 그 책에 빠져는 포인트가 있었고 그 부분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챕터가 끝날 때 "벌써 챕터가 끝났어?" 하는 아쉬움이 들게 하는 소설은 이 소설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3) 죄와 벌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3-1) 라스콜니코프의 어머니의 편지
머라 할까.. 이 편지는 "라스콜니코프에게 가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파트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이 편지는 그것을 충분히 그 역할에 충실할 정도로 좋고, 또한 어머니의 사랑도 알 수 있는 그런 파트였다.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딸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말하면서 다기 아들도 챙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다양한 생각이 있었고 그 가정에서 일어난 사건을 하나하나 읊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 그들은 무슨 삶을 살아온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이것이 단순히 과거를 요약하는 서술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그 긴 편지(20페이지가 넘은 것으로 기억한다) 몰입감 있게 한 자 한 자 읽는 모습을 보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서술방식에 개인적으로 놀라게 되었다.
3-2)셰묜 자하로비치 마르멜라도프의 울분
사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하면 진짜 나는 세묜 자하로비치 마르멜라도프가 술집에서 자신의 인생사를 이야기하는 부분이라고 말을 하고 싶다. 가장이라는 자가 점점 가정의 균열을 만들어 내면서 나오는 자신에게 느끼는 혐오감, 그러나 그것을 즐기는 모습, 그러다가 결국 자신의 딸이 매춘이라는 것을 선택한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 느끼는 절망감과 혐오감이 그가 말하는 내내 드러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이라는 자가 느끼는 책임감, 그리고 자신의 딸이 매춘이라는 길을 선택해서 순결을 잃은 모습을 본 그의 반응이 정말 정말적이면서 고통스럽고 비탄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잘 표현했다. 주인공보다 더 기억에 남는 캐릭터였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그 캐릭터에게 더 많은 관심이 들었다.
3-2) 라스콜니코프의 살해
그렇다고 메인, 주인공이 막 캐릭터성이 아쉽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죄와 벌의 주인공은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일반적으로 살인을 하는 살인자는 극도의 사이코패스나 혹은 강렬한 동기를 갖고 살인을 저지르고 그것에 쾌감, 허탈, 절망 그런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살인자 라스콜니코프는 살인 전까지는 분명한 동기를 갖고 있고 일반적인 살인자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는 살인을 저지른 후 자신이 미친 듯이 후회를 하면서 죄책감을 느끼는데... 그때의 심리 묘사가 진짜 내가 감히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고 복잡하고 난해하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진짜 심리 묘사가 너무 잘되어있다... 그전에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 그것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과정, 그리고 살인을 하면서 보여주는 그의 심리 변화 각각의 장면들이 진짜 정말 잘 묘사가 돼있다는 것에서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3-3) 표트르 페트로비치 루진 와 소냐의 대립
어떻게 이것을 제목을 지을지 몰라서 대충 이렇게 묘사를 했지만 진짜 작중에서 가장 재밌던 파트였다. 표트르 페트로비치 루진라는 캐릭터는 참 뭐라 할까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자이다. 자신이 가난한 자의 구원자가 된다는 신념에 충실하여 두냐랑 결혼을 하려다가 무산되고 이후 소냐랑 결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계략을 만들고 그것에 소냐가 걸러든다. 이때 레베자트니코프가 난입해서 상황을 정리하고 진실을 폭로하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었고 큰 긴장감이 느껴졌다. 단순히 글로 보이는 과정이고 대사지만 머릿속으로 그것을 상상하면서 긴박한 상황을 상상하며 다음 장을 넘기던 그 순간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말 재밌던 파트였다.
4) 종합해서...
사실 책 내용을 말해야는데 솔직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특히나 라스콜니코프의 신념 파트가 이 작중에 중심주제인데 이 내용을 그 당시에 너무 이해를 못 해서 그냥 흘려서 읽다 보니 지금 기억이 1도 안 남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후회되는 것 중 하나이다. 결국 이 책도 2회 차를 예약해야지 않나 싶다 ㅋㅎㅋㅎㅋㅎ
물론 그것을 놓쳤다고 재미없거나 지루한 점은 절대 아니다. 정말 재밌게 읽고 내가 처음으로 책에 빠질 수 있던 순간이 바로 이 "죄와 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