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구의증명
1) 서론
남한산성 이후로 오랜만에 읽는 한국 소설이다. 사실, 산지는 1년이 넘었고 소위 말하는 말하는 방치를 하고 있었는데 몇 가지 계기 때문에 구의 증명을 읽게 됐다.
2) 계기
가장 큰 이유는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를 읽고 그때 이후로 책을 좀 멀리 하게 됐다. 책 읽는데 2주 그리고 독후감 쓰는데 거의 1주일 도합 3주가 걸린 이 일정은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독후감까지 다 썼을 시점에 소위 말하는 현타가 와서 책을 잠시동안 안 보게 됐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는 겸 글을 쓰게 됐는데 글을 써보니, 글을 쓰는 실력이 아직 부족하고 어느 정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아서 현대소설 중 우리 집에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어느 정도 분량도 짧고 강렬한 이 "구의 증명"을 읽게 됐다.
3-1) 읽으면서...
읽으면서 주목한 것은 최진영 작가의 표현법이었다. 강렬한 표현과 그것을 받쳐주는 묘사들은 읽는 독자들이 계속 이 책을 읽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되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역할을 했다. 그 안에 있는 사랑이라는 키워드, 영원한 사랑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표현력이 정말 좋았다.
3-2) 살육에 이르는 병과 구의증명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이 난 책이 바로 살육에 이르는 병이었다. 사랑을 테마로 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을 굉장히 고어틱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살육에 이르는 병이 떠올랐다. 다만, 살육에 이르는 병의 수위와 고어 수준을 생각하면 구의 증명이 미안할 정도로 몇 배는 더 잔인하고 선정적이다. 구의 증명은 솔직히 남들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수위에 마지노선이라면, 살육에 이르는 병은 그것을 뚫고도 남을 정도로 정말 잔인하다...
4-1) 다 읽고 나서....
책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사랑, 죽음이라는 키워드에 계속 눈이 갈 수밖에 없었고 그리고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4-2) 대체 작가가 말하고 싶은 사랑은 무엇일까?
구와 담이는 솔직히 정말로 둘을 사랑하고 있고 아름다운 사랑이다. 하지만 이 사랑을 표현하는 작가는 정말로 구슬프게, 애절하게 표현한다,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 같은 경우 야릇한 분위기가 아닌 정말 동물적인 본능에서 일어나는 짝짓기를 그려내는 느낌을 받았다. 이들의 사랑을 여타 우리가 평소에 보던 아름답고 순결한 사랑보다는, 뭔가 욕망, 욕구에 의해서 서로를 사랑하는 느낌, 그렇다고 동물적인 본능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또 아닌... 정말 그 애매한 선에 있는 사랑을 그려낸다고 생각한다. 뭐라 말하기는 참 어려운 느낌... 그 느낌이 이들의 사랑을 가장 정확하고 명쾌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4-3)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곁으로 보기에는 아름답게 그려진 만, 결국에는 그것은 인간과 인간 간의 교류, 그리고 그 안에서 그려지는 기다림, 서운함, 우울 등등 우리는 연애를 생각하면 긍정적인 것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상은 이렇게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 결국 "연애를 하고 싶다"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연애가 목적이 되면 안 되고, 하나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저 문장을 보면서 생각했다.
4-4) 죽음
죽음이라는 키워드... 대체 죽음 뒤에 일어나는 세상은 무엇일까?라는 것을 이 책에서는 無라고 표현한다. 죽은 자에게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없으니 살아있는 자는 오래 동안 살아남으라고 하는 구...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죽음이라는 공간 속에 구는 들어가고 담은 그를 평생기억하기 위해 그를 먹고... 겉으로 보기에는 다소 충격적이고 오싹한 말이지만 , 그들이 그토록 사랑했고 그들이 그토록 정을 나눈 것을 생각하면 그것들이 얼마나 애절한 사랑인지 느껴진다.
5) 종합하면....
오랜만에 읽어본 한국소설, 쉴 겸 읽어본 책이었지만 솔직히 너무 어려운 내용이고 이야기할 거리도 많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내용들이 단순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것보다는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텍스트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글로 적기에는 어려운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