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피 Mar 11. 2024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전남친에게 연락이 온 것 처럼

대학생 마지막 학기, 간절히 바랬던 기업에 최종 불합격했었던 순간이 아직도 생각난다. 취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첫 도전이었는데 최종면접까지 간 것이 김칫국을 더 마시게 했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제일 가고싶었던 기업이어서 그랬던 건지. 여하튼 그 이후로 30번 이상의 면접을 봐왔지만 그 당시의 충격이 아직도 제일 아프게 남아있다. 교양 수업 중에 몰래 확인해본 것이었는데 그 이후로는 당췌 교수님 말씀이 들리지가 않았다.


가지지 못한 것에 미련이 컸던 탓이었을까? 연인에게 차인 후로 다음 사람은 비슷한 사람 만나듯, 결국 비슷한 업종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찌되었던 이 직무를 갖게 해준 원인을 제공했다. 첫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그 기업을 동경하고 있었던..


그랬던 그 기업에게 오늘 잡오퍼가 먼저 왔다. 그 이후로 약 4년을 돌고 돌았기 때문에, 다른 직무로 제안이 오긴 했지만. 어쨌든 먼저 제안이 왔다는 것 하나에 뭐이리 마음이 간지러워지는지 모르겠다. 아직 합격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문득 최근 읽었던 나태주 시인의 칼럼이 생각났다. 시인은 1년 1년을 평가하며 살기에는 1년이 너무 짧다고 느꼈다. 단발적으로 평가하지말고 10년을 단위로 바라보길 말씀하셨다.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것은 10년 너머 올바른 방향으로 순항중이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노력과 실천.  결국 맨 처음부터 그 기업에서 쌓을 수 없었던 경험이지만, 주위를 돌고돌아 그 기업에 가까워진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30대의 내가 20대의 나를 조금이나마 위로해본다.


물론 또 최종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모르는 이들에게 매주 쓰는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