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를 마치고 첫 직장을 그만둔 5가지 이유
내가 퇴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가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 "그만둔 거야? 정말 용기 있는 결정이야!" 올해 초, 나는 Accenture라는 컨설팅 회사를 떠나 1월 태어난 아기의 육아에 집중해 왔다. 짧은 시간 동안 육아 휴직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아기가 태어난 후 적어도 6개월 동안 같이 시간을 보내고 고생한 아내의 회복을 돕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돌아갈 직장이 없기 때문에, 이 기간을 '육아퇴사'라고 부르며 이 결정의 이유를 공유하고자 한다.
컨설팅 회사에 취직하고 퇴사를 하기까지 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회사를 떠나는 결정을 하기까지에는 고민이 많았다. 비영리 단체에서 일을 하다가 커리어 변화를 위해 택한 MBA프로그램을 졸업한 후 첫 직장이었는데, 길게 다닐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빠르게 퇴사를 할 줄도 몰랐다.
직장을 위해 런던으로 이사를 하고 3개월 정도 시간이 되었을 때, 나와 같이 런던으로 온 나의 일본인 아내는 아기 계획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다. 처음 그녀의 말을 들었을 때는 런던 번화가를 같이 걸어가고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발걸음을 멈추며 "으... 응..? 아기...?"라고 대답을 했던 것 같다. 결혼하기 전에 연애할 때부터 아내와 함께 아기를 키우고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하였고 서로 내가 대학원 졸업을 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되면 진지하게 얘기해 보자고 하긴 했지만, 막상 대화 주제로 다가오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가족에 대한 대화와 생각을 많이 하며 내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왔고 준비되었다는 생각도 하였었는데,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곧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아직은 빠른 게 아닌지, 내가 아직 MBA를 다니며 생긴 빚도 못 갚았는데 아기를 생각하는 게 맞는 건지 아내에게 질문을 하였더니, 아내는 차분히 나의 모든 의문 사항에 답을 해주었다.
아기는 갖고 싶다고 바로 생기는 게 아니야
아기를 갖기 위해 마음을 먹고 노력한다고 해서 아기가 바로 생기는 확률은 적고, 2~3년이 걸릴 수도 있고, 우리가 아기를 못 가지는 몸이어서 불가능할 수도 있기에, 우리가 정말로 아기를 갖고 가정을 이루고 싶다면 최대한 빨리 시작을 하여야 된다. 특히, 우리같이 장거리 결혼 생활을 하는 커플에게는 (아내는 곧 제네바로 일을 하러 이사 갈 예정이었고, 나는 런던에 1년 정도 더 있을 생각이었다) 아기를 계획하기에는 더 힘든 상황이기에,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하여야 했다.
오목조목 천천히 논리정돈하게 나를 쳐다보며 말을 건네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오랫동안 이 생각을 해왔고 진지하게 나를 설득하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런던의 한 카페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집으로 가는 길, 잠자기 전 대화, 그리고 그 후 며칠 동안 지속이 되었고, 결국 나도 아내의 말에 동의하고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아내가 스위스로 이사를 한 후 2개월 정도 지났을 때, 새로운 생명이 아내의 몸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소식을 영상통화로 전해 들었고, 나는 기쁨과 당황을 섞은 표정을 지으며 우리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커리어, 사는 곳, 빚, 등등 고민할 게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아내는 스위스에서 입덧을 하며 고생을 하고, 나는 (물론 아내가 한 고생에 비교는 안되지만) 런던에서 추위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나의 컨설팅 커리어를 뒤로 하고 가족과 시간을 함께 하려 '육아퇴사'를 하고 제네바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제네바에는 특히나 많은 외국인들이 배우자를 따라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리어를 다시 찾지 못하고 전업주부가 되곤 한다. 나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걱정도 들었지만, 아내의 출산 후 회복, 그리고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될 우리의 아기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적어도 6개월 동안은 전업주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는 10개월이 된 아들이 "아바바바바" "어마마마마"라는 소리를 지르며 고질라 같이 한발 두 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볼 때면, 나의 결정에 후회란 한 톨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9개월 정도 직업 없이 아기를 돌보고 아내의 회복을 도우는데 집중한 시간을 뒤돌아보면, 너무나 좋은 선택을 했다는 생각만 남는다.
다시 이런 선택을 미래에 하게 된다면 거침없이 할 생각이고 (다음번엔 아내가 일을 쉬고 싶다고 하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일을 쉬고 아기를 돌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커플들이 자녀계획을 하고 가정에 대해 대화를 시작할 때에는 고려할 게 너무 많고 스트레스받을 수도 있는데, 그 대화에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며 내가 '육아퇴사'를 한 다섯 가지 이유를 공유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대학교 가기 전까지 살아온 나는, 해외에서 산지 12년이 넘어가는 이 순간에도 큰 결정을 할 때면 한국 사회의 기준을 생각을 하곤 한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아파트에 전세를 살 수 있는 재력과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하고, 아기를 낳기 전에는 차를 살 수 있고 여유 자금이 있어야 한다..라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 맞추어 생각을 한다.
돈을 많이 못 모았는데 너무 이른 것 아닐까?
아내와의 큰 결정을 하기 전에 이런 얘기를 나누었더니, 아내는 확고하게 말했다 "아기를 낳기 완벽한 시간은 절대 없을 거야, 언제든지 우리는 돈, 시간, 그리고 다른 핑계를 댈 수 있어."
웃음기 없이 진지하게 나한테 말을 거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나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상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비교하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더 많은 돈과, 더 좋은 직장, 더 안정적인 집을 추구하며 아직은 가정을 이루기에는 이른 게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부모가 될 수 있는 자격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우리가 부모가 될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준비가 되었는지였다.
미국 국립 보건 연구소에 따르면, 6.5%에서 20%의 여성들이 산후 우울증을 겪으며, 산후조
리는 그들의 삶에 장기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출산 후 회복하는 동안 여성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어떤 식으로 회복을 하는지에 따라 그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혹여나 적절치 못한 시간을 보낸다면 평생 고생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의 어머니는 출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너희 아버지가 내가 만삭일 때 짜장면을 사주지 않았어!!"라고 얘기를 하시고, 우리 주변에 아기를 가진 여성들과 대화할 때마다 산후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들어왔다.
나와 아내 둘 다 30 초반의 나이에 있는데,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하면 평생 그녀가 고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최대한 심혈을 기울여서 그녀의 회복을 돕기로 하였다. 고기를 푹 삶은 미역국을 준비를 하기도 하고, 집안일을 최대한 주도하고, 아기를 돌보는 일은 솔직히 말해서 쉽지 않았지만, 그녀가 출산을 통해 겪을 고통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기에, 나는 일을 적어도 6개월 동안 쉬고 아내와 아기를 돌보기로 하였다.
20대 초반에 뉴욕에서 일을 시작하였을 때, 나의 동료들 중 다수가 30대가 넘고 자녀들이 있는 부모들이었다. 그때는 아침에 헐레벌떡 출근을 하고, 옷매무세를 단정히 하지 않고, 항상 육아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는 부모들과 대화를 할 때에면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그들이 어떻게 하루종일 아기를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얼마나 자주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먹이는지, 그리고 주말마다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이해를 못 하였다.
나도 부모가 된 후 깨달은 것은, 육아는 풀타임 직업보다 훨씬 더 바쁜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첫 3-4 개월 동안은 제대로 잠을 못 자고, 하루하루가 평일인지 주말인지 알지도 못하며 아기를 먹이고, 키우고, 씻기는 데에만 집중을 하고 나면, 정말로 피곤하고 정신이 없어진다. 직업은 아무리 바빠도 프로젝트의 끝이 있고, 성과가 있기 마련인데, 육아는 끊임없는 일이고 성과도 주어지지 않는다.
더 힘든 상황을 설명하자면, 우리는 스위스에 살기에 한국과 일본에 살고 있는 가족과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몸이 너무 힘들고 잠시만이라도 쉬고 싶을 때 부모님 찬스를 써서 육아의 고됨을 나누는 것은 불가능했고, 나와 아내 둘이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기에, 나는 일을 쉰다고 생각하지 않고 육아라는 새로운 직업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위에 쓴 글을 보니 육아가 너무 고통스럽게 묘사되어서 덭붙여 설명을 하자면, 아무리 몸이 부러 시도록 힘들고 잠을 못 자서 피곤하여도, 아기의 순수한 미소 한방과 향기를 맡아보면 모든 스트레스는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
위에 말하였듯이, 육아는 일반적 직업과 비슷한 점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시간을 투자한 만큼 더 좋은 결과를 얻고 더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내의 친구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기와 친하지 않고 많이 서툴러하는 아버지들의 얘기를 종종 들어 볼 수 있다. 일을 하다 집에 늦게 들어와서 잠자는 아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그리고 주말에는 너무나 피곤해서 아기와 놀아주지도 못하고 자녀들이 커가고 난 후에는 어색하기만 한 아버지의 이야기는 한국과 일본 사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 어릴 적 시절을 회상을 해보면, 아버지는 항상 밤늦게 퇴근하시고 내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을 하시는 분이었다. 아버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말에도 우리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셨지만, 본인이 원하는 만큼 나와 나의 형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셨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것, 특히 아기가 태어난 후 직후에 피부를 맡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기와 부모 간의 강한 신체적, 심리적 유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가 있다. 실제적으로 출산을 한 어머니뿐만 아니고 아버지의 몸에서도 큰 호르몬 분비의 차이를 볼 수 있고, 이때 형성된 교감을 토대로 감정적인 연결고리가 생기는 것이 평생 중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육아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TedX 이벤트, 시상식 연설, 그리고 회고록에서 유명인들은 비슷한 말을 반복한다. "내 아이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단지 3KG 정도로 태어나는 작은 생명체에게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육아를 하고 아기가 커가는 것을 바라본 부모로서, 나는 이들의 말에 100% 공감한다. 육아를 통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뒤돌아 보게 되었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을 해보았다.
예를 들어, 나는 종종 산만해지고 일을 할 때 업무 우선순위를 잘 정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강박적으로 스케줄을 짜고 하루의 모든 이벤트를 화려한 생상 코드로 달력에 표시하고 마감 일을 정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를 못 정할 때 에도 있었다.
그러나...... 신생아의 기저귀가 새어나고 울음소리가 방안을 뒤덮는 상황에서는, 다른 어떤 것도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잡생각을 한 시간도, 다른 이벤트들을 달력에 적을 기회도, 대안을 고려할 상황도 주어지지 않는 절망적인 일을 겪고 나면, 어떤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부모들은 어느 상황에 닥치더라도 효율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고,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집을 가길 원하는 사람들이다.
조그마한 생명을 너무나도 커 보이는 카시트에 태워서 병원에서 집으로 온 지도 10개월이 넘었고, 제네바에서 다른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서 육아를 한 첫 몇 개월은 힘듦과 행복함의 연속이었다. 어떤 밤은 마치 이른 아침 울리는 iPhone 알람처럼 아기의 울음으로 가득 찼고, 개인 또는 커플로서의 공간과 시간은 완전히 재정렬되고 변하였다.
아기가 커가고 어린이집 (스위스에서는 crèche시설에서 6개월부터 아기가 다닐 수 있다)에 아기가 들어간 후에는 조금씩 정상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만, 육아휴직을 한 후 복직한 아내는 다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나는 하루종일 LinkedIn과 Indeed 등의 구직 사이트들을 맴돌며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둘 다 직업을 갖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데, 뒤돌아보면 제일 힘들고 고생을 했을 때에도 우리의 선택에 후회를 한 적은 없다.
나의 '육아 퇴사'라는 결정은 나와 아내가 제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원동력이었고, 다시 기회가 오더라도 언제나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아기를 갖기에 '적절한' 시기란 결코 없으며, 가족들이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거나 그렇지 않기로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경력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며 휴식을 (실제로는 휴식과는 너무 먼 시간이지만) 갖는 데에 큰 두려움을 가질 수 있고, 혹여나 다시 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퇴직을 하고, 6개월 이상을 육아에 전념한 나로서는, 더 많은 부모들, 특히 아버지들이 가족을 더 중요시하고 긴 육아 휴직을 고려했으면 한다. 나 같은 경우 돌아갈 곳 이 없는 '육아 퇴사'를 하였지만, 많은 경우 긴 휴직을 할 수 있으면서도 짧은 시간만 아기와 보내고 복직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알고 있다.
휴직을 결정하는 것이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나는 그 혜택이 모든 불안함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 아기와 아내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형성되는 강한 유대감, 개인적인 성장 기회, 그리고 부모가 되면서 드는 행복함을 고려했을 때, 나는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항상 생각하게 된다.
아기를 재우고, 전쟁 같은 주말을 끝내고 미소를 지으며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