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배운 스위스 문화

[사랑한다면 스위스처럼] 독후감

by DK

스위스 제네바에서 아내를 출장 중에 만나고, 프러포즈를 스위스 동쪽 지역에서 하고, 아기의 출산도 제네바에서 함께 하였지만, 내가 스위스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가라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제대로 대답은 못할 것 같다. 공용언어가 영어인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나와 마찬가지로 영어를 주로 쓰는 UN에서 일하는 나의 아내에게는 대부분의 대화를 스위스인이 아닌 동료들과 하고, 불어를 쓰더라도 간단하게 장을 볼 때, 기차 티켓을 확인할 때, 그리고 가끔 이웃들과 지하에 있는 공용 세탁기에서 마주칠 때 빼고는 하는 경우가 많이 없다. 물론 creche (유치원) 선생님들과 대화를 할 때는 자주 있지만, 매우 반복적인 내용만 (기상 시간, 취식 시간, 등) 나누기에 '스위스인과의 대화'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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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스위스 제네바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이지만 스위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바쁜 일상을 지내던 중, 대학원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사랑한다면 스위스처럼 이라는 책을 추천한다며 연락을 보내왔다. 스위스 남편과 결혼한 그녀는 스위스 문화에 대해서 배웠다며 추천을 하였는데,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는 '난 이미 스위스에 살고 있는데 한국어로 스위스에 대해 배우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하였지만, 마침 한국에 갈 기회가 있어서 쿠팡에서 간편 물품들을 주문하는 동시에 같이 주문을 하였다.


책이 도착한 후에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집중하느라 한동안 열지는 않았지만, 스위스로 돌아가는 20시간이 되는 비행기 여정을 할 때가 돼서야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기자 출신이신 신성미 작가는 스위스인 남편을 만나고 같이 지내기 위해서 독일어를 주로 쓰는 스위스 지역으로 이민을 왔고, 한국인의 입장으로 스위스에서의 생활, 사회생활, 회사일, 육아 등의 주제들을 두고 글을 써간다. 너무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었기에 빠르게 독서를 할 수 있었고, 새로운 정보를 찾아낼 때마다 아내에게 얘기를 해주며 매일 새로운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 책을 통해 배운 점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 나에게 제일 와 다 왔던 점은 육아에 관련한 주제였다. 작가는 아이를 키우며 다른 부모인 이웃들과의 교류를 나누었는데, 신기한 점을 깨달았다. 그녀의 주변 스위스인들은 육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듯했다. 매일 끊임없이 육체적/심리적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육아를 하며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부모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식을 사랑하고, 자신의 파트너와 신뢰가 있고, 전반적으로 인생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더라도, 새벽에 깊은 잠을 깨우는 아기의 울음은 스트레스를 100% 유발한다. 하지만, 육아 스트레스가 불가피하더라도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고, 작가는 스위스인들의 생각 방식에 대해 얘기한다.


부모가 되기 전의 자신의 인생이 육아를 통해 방해받고 자신이 즐기던 생활을 그리워하는 대신, 아이를 가족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육아를 생활의 당연한 한 부분으로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게 쉽게 가능한 사고방식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작가는 스위스 사회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을 말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스위스에는 아이를 밖에 유모차를 태우고 나가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자기 삶을 사느라 바빠하는 것 같고) 아이와 부모를 향해 미소를 지어준다. 기차나 트램을 타더라도 항상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장난을 쳐주고, 공공장소와 레스토랑 등의 장소에서 아이와 부모는 환영받는다.

20250316_093900.jpg 제네바 근처 니옹의 놀이터 - 스위스인들은 놀이터를 참 잘 만든다

처음 이 글을 읽을 때에는 아이를 좋아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에 나와 아이를 짜증을 내는 표정을 지으며 맞이한 어르신들을 많이 마주쳤다. 물론 아이를 보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분들도 계셨고, "요즘은 아이가 너무 귀하네" 라며 미소를 지어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모든 곳에서 나와 아이가 환영받는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육아를 위한 시설들이 (키즈카페, 어린이 박물관들) 너무나도 잘 준비되어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이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닌 듯하였다. 그에 반해 스위스에는 육아를 하기 위한 편이 시설이 절망적으로 없다. 주말이 되면 몇 안 되는 넓은 카페 또는 박물관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구글 맵을 서치 해야 되고, 제네바 도시에 유일하게 있는 키즈카페는 예약 없이는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이와 갈 수 있는 편리시설은 적지만, 그와 반대로 어디던지 아이와 갈 수 있다. 지금도 아이와 함께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는데 (아이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낮잠을 자고 있다), 80명이 조금 넘는 이 카페 안에만 해도 10명의 아이들과 다수의 유모차들이 보인다. 제네바에서 아이의 첫 숨을 환영하고, 매일 같이 유모차를 끌며 산책을 다녔던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기는 스위스의 육아 환경이, 그리 당연하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담을 나누자면, 아내와 우리의 육아 환경이 얼마나 평화롭고 좋은지 대화를 나누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회사에서 스위스인 동료들과 점심을 나누며 내가 배운 점들을 나열하였더니, 그들은 너무 재밌는 농담을 들은 듯 박장대소를 하였다. 스위스의 로맨틱한 서프라이즈 문화에 대해 물어봤을 때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작가가 도대체 어디에 사는지 물었고, 높은 교육 수준에 대해서 말을 꺼냈더니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멍청하겠냐며 농담을 하였다. 이 대화를 통해 책에 대해 조금의 의심을 가져보기도 하였지만, 내가 살고 있는 나라와 더 가까워진 느낌 많은 변하지 않았다.

20250315_111014.jpg 공공장소에서 숨바꼭질을 하는 가족

책을 통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나라에 대해 배우는 것에는 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여기 사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하고 이 나라 방방곡곡을 여행을 해야지만 배울 수 있는 것도 있기에, 이 책을 계기로 스위스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고 불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자 한다.


그런데 일본어 배우는 것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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