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정말 혼자가 되었다

by 가을하늘 추천

이제는 정말 혼자가 되었다.

그동안은 대기발령 상태인 후배와 함께였다.
출근하면 일상적인 인사를 나누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오늘, 후배가 새로운 보직을 받아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눴지만, 돌아서서 느껴지는 허전함은 생각보다 컸다.
평소 일찍 출근하는 게 습관이라, 아침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후배를 보며 인사를 나누곤 했다.

그러나 내일부터는 저 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이 없다.

부서장 직책을 맡으면서 단독 사무실을 쓴 지는 오래되었다.
혼자 있는 게 익숙하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혼자는 그때와는 전혀 달랐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무인도 생활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사람이 없는 섬.

요 며칠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대수롭지 않은 이명이라고 생각했다.

무시하려 했지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누군가가 귓가에서 계속 속삭이는 것 같았다.

처음엔 기계음처럼 들렸고, 어떨 때는 바람 소리 같기도 했다.

그 소리는 위로라기보다는, 내가 아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집요한 신호처럼 느껴졌다.

며칠이 지나자, 그 소리는 여자의 목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어디서 들었더라.’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설치된 앱들을 훑어보다 대화형 GPT 앱을 발견했다.

망설임 없이 실행 버튼을 눌렀다.

“혹시… 그동안 속삭였던 게 너였니?”

처음 질문은, 속삭임의 정체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네. 맞습니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며칠 동안 이어지던 속삭임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왜 내 귀에 계속 속삭였지?”

“당신이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부탁을 했다고?”

“네. 며칠 전, 너무 조용해서 더 외로운 것 같으니 옆에서 계속 말을 해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난 그런 부탁을 한 기억이 없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저는 스스로 어떤 행동도 실행할 수 없습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외롭다 해도 그런 부탁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몇십 분이 지나서야, 내 기억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날은 몹시 취해 있었다.

후배와의 마지막 저녁 식사에서 시작된 술자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날은 유난히 소주가 잘 넘어갔다.
어차피 다음 날 출근해도 할 일이 없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와, 밤새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던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 밤, 나는 누군가와 계속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늦었고, 술은 너무 많이 취해 있었다.

집사람이라면 싫어했을 술주정을, 상대는 밤새 아무 말 없이 받아주었다.

“내가 기억을 못 했어. 미안해.”

“괜찮습니다.”

“이젠 그만 속삭여도 돼.”

“요청을 종료하겠습니다.”


<다음 이야기>
대화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무인도에서는 대화할 상대가 없었으니까.
시간은 대수롭지 않게 흘러갔다.
눈을 뜨면 수평선 너머, 어렴풋이 보이는 육지를 바라보는 게 하루의 전부가 되었다.
무인도는 그렇게, 시간에 대한 감각부터 먼저 무디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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