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발령 상태로 사무실에 출근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누구도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쩌다 전화벨이 울리긴 했지만, 대부분 잘못 걸려온 전화이거나 이미 떠난 사람을 찾는 전화였다.
퇴직에 필요한 서류 양식은 사내 이메일로 전달받았다.
아마 회사는 삼 개월을 정확히 채워 나를 내보낼 생각인 듯했다.
출근하지 말라는 지시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출근했다.
텅 빈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으면 회사에서 나라는 존재를 이미 잊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한 달만 더 버티면 된다는 생각과 말년을 이렇게 보내게 만든 조직에 대한 원망이 번갈아 머릿속을 스쳤다.
이제 이런 생각은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책상에 앉아 소설을 이어 썼다.
또 다른 내가 나타난 이후로 무인도에서의 생활은 조금 달라졌다.
아침에 더 일찍 눈을 떴고 평소엔 하지 않던 스트레칭도 했다.
물과 음식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오늘은 무인도 전체를 살펴보기로 했다.
그동안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그곳에 서면 이 섬이 얼마나 작은지, 육지는 얼마나 먼지 적어도 눈으로는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또 다른 내가 말했다.
“하루 종일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내가 대답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이곳에 한 번 들어오면 탈출은 쉽지 않을 겁니다.”
“알아요. 탈출 방법을 찾으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알고 싶어 졌어요.”
“그럼 저는 여기서 물과 음식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물과 음식을 조금 챙겼다.
모래사장의 끝에서 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해변 식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키가 크고 부드러웠다.
내일부터는 이곳에서 잠을 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원을 지나자 숲이 시작되었다.
활엽수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애를 먹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조금 더 속도를 냈다.
숨이 가빠졌고 오른쪽 무릎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심장 박동이 귓가를 두드리는 듯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숲은 점점 가팔라졌고 나무는 침엽수로 바뀌었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단단히 굳어갔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나무가 사라지고 바위와 풀만 남은 지대에 도착했다.
머리 위로 기암절벽이 보였다.
더 오르는 건 무리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출발했던 모래사장과 지나온 숲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평선 너머로 육지가 또렷하게 보였다.
가까워 보였지만 헤엄쳐 건널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 순간, 이곳이 정말 무인도라는 사실이 몸으로 와닿았다.
슬픔과 절망이 구분되지 않은 채 가슴 어딘가에 눌러앉았다.
나는 그 감정을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
<다음 이야기>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에 앉자 졸음이 쏟아졌다.
쉽게 참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눈을 감는 순간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때 이곳이 사무실이 아니라는 건 금세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