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2월, 우리는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직업군인인 나를 만나 일찍 관사 생활을 시작했던 아내는
아마도 내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며
하루 종일 그 좁은 아파트에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순찰 중에 들꽃이 눈에 들어왔다.
매화, 개나리, 벚꽃은 이미 다 져버렸고
클로버와 민들레로 뒤덮인 잔디밭 사이에
유독 보라색의 작은 꽃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꽃을
하루 종일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내에게 가져가기로 했다.
지금 같았으면 작은 화분이라도 구했을 텐데
그땐 그런 생각까지는 못 했다.
주변에 보이는 걸로 대충 심었다.
아마 물로 씻어 말려둔 우유갑이었던 것 같다.
흙을 담고
제비꽃 한 송이를 심고
물을 주고
건물 한쪽 구석에 두었다.
퇴근길에
그 우유갑을 들고 관사로 향했다.
그 꽃을 받고 좋아할 아내를 생각하면서.
벌써 27년 전 이야기다.
하지만 해마다 제비꽃이 피면 그때가 떠오른다.
제비꽃은 ‘앉은뱅이꽃’이라고도 부른다.
꽃이 땅에 바짝 붙어 피어 있어
보려면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리고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꽃에는
겸손이나 소박함,
그리고 ‘나를 생각해 주세요’ 같은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아내도 가끔 그 이야기를 꺼낸다.
그때 그 제비꽃이 참 예뻤다고.
그래서인지 나는
제비꽃을 보면 늘 한 가지 생각이 난다.
말로 다 하지 못했던 마음도
어쩌면 그렇게
작고 조용한 방식으로 전해졌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