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바비큐 파티

by 가을하늘 김민규

2027년 5월 7일 금요일


'벌써 5월이라니! 시간 참 빨리 간다.'


OO에 내려와 귀촌한 지도 벌써 2개월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내가 심은 상추도 꽤 많이 자라서 오전에 한 번씩 크게 자란 잎을 따주고 있는데, 혼자 소비하기엔 양이 너무 많아졌다. 동네 이웃들에게도 종종 나눠 주긴 하지만, 다들 밭에 상추 몇십 포기쯤은 키우고 있어서, 썩 반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시장에 내다 팔 정도의 상품은 못되니 상추도 소비할 겸, 내일부터 주말이기도 해서 시간 되는 가족들 몇 명을 초대했다. OO에 살고 계신 부모님과 형님 내외는 몇 달 전부터 계획한 해외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OO에 사는 처제 내외와 집사람, 그리고 OO에서 자취하며 회사 다니는 아들과 여자친구를 초대했다.


읍내에 나가 정육점에서 어제 잡았다는 돼지의 삼겹살과 목살을 구이용으로 넉넉하게 샀다. 아직은 도끼질이 장작을 팰 수준은 아니어서, 캠핑용으로 판매하는 참나무 장작도 두 무더기 샀다. 평소 고추와 마늘은 자주 먹는 편이라 냉장고에 있는 양으로도 충분할 듯하고, 라면도 다 떨어져 가니까 후식으로 끓여 먹을 매운 라면도 몇 묶음 샀다.


'다음은 뭘 사지? 그래, 술! 바비큐 파티인데 술이 빠지면 섭섭하지.'


읍내에서 돌아와 장 본 음식들을 냉장고에 칸칸이 채워 넣었다. 특히나 신경을 쓴 건 역시 소주다. 소주는 페트(PET)로 사서 냉동실에 넣었다. 적당히 얼음이 언 소주와 삼겹살 상추쌈의 조합은 세상 어느 음식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내겐 소울 푸드(soul food)다. 상추는 오전에 수확한 걸 씻어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 야채칸에 미리 넣어두었다. 고추와 마늘도 쌈에 넣어 싸 먹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았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퇴근하는 길에 회사 동료들과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단골 삼겹살집에 들러 소주 한두 병씩은 마시곤 했다. 부장님 욕도 좀 하고, 후배 과장들 하소연도 들어주고 그랬었는데, 회사를 퇴직하고 나니까 저녁 시간에 편하게 같이 소주 한잔 마실 사람이 주위에 없다. 귀촌을 결심하면서 동네 이웃들과 호형호제하며 잘 지내보려고 몇 번 시도를 해보긴 했지만,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나이도 많이 차이가 나서 그런지,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술김에라도 친해질까 싶어 몇 번 자리를 마련해 봤지만, 촌에서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주량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도저히 어울릴 수가 없었다. (동네 형님들은 대부분 주량이 소주 대여섯 병씩이다.)


저녁 여섯 시 반까지는 오라고 얘기했으니까 다섯 시 반부터 불을 피우면 될 것 같아, 조금 여유를 부려본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집 앞마당 한쪽 구석에 설치해 둔 6인용 피크닉 벤치에 앉아 동네를 감싸고 있는 나지막한 산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벌써 은은한 연둣빛에서 푸릇푸릇한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오늘따라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스마트폰에선 늘 듣던 재즈 100곡이 차례차례 흘러나오고, 발밑에선 뭔가를 얻어먹을 게 있는지 테이블 위가 궁금해진 반려견이 안아달라고 보채며 내 다리를 연신 긁어대고 있다. (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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