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어딘가에 있는 나

by 발돋움

바스락바스락...

갓 튀긴 바삭한 튀김을 한 입 베어 물듯. 발밑에서 나뭇잎들이 가을을 속삭인다.

주말 아침. 불현듯 지나가는 가을이 아쉬워.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려 텀블러에 담고, 자동차 시동을 걸어 인근 공원으로 향했다.

과연, 가을은

나무에도, 발걸음이 닫는 오솔길에도, 두 빰을 어루만지며 머리카락을 흩뿌리며 스치는 바람에도, 철새들이 활강하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려앉는 강가 곳곳에도 어느새 완연하다.

기모 후트 티셔츠에 바람을 막아줄 무릎까지 내려오는 든든한 점퍼를 입고 온 게 너무 다행스러운 나는 길을 걷다 가을에 취하기 적당한 밴치에 앉아, 온몸으로 가을을 느끼며, 입으로는 아메리카노를 즐긴다.


추운 겨울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지나, 뙤약볕에 단단하게 여물어지는 여름이 지나고, 이제 결실을 거두고, 볼거리도 담뿍 담아내는 가을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인생의 나이는 이 가을 어딘가 즈음인 것 같은데, 열매를 맺고, 마음껏 퍼줘도 아깝지 않은 넉넉함을 가질 수 있는 삶을 과연 살아오긴 했는지 갑자기 자연을 향하던 시선이 내 안으로 향한다.

딱딱한 땅을 뚫고 돋아나는 여리디 여린 미성숙한 새싹처럼 나는 대책 없이 해맑은 봄처럼 살아왔는지...

가차 없이 뜨겁고, 메마른 데다 가끔 준비 없이 맞이한 빗줄기도 내다 꽂히는 여름처럼 나는 열정적이고 심지 곧은 삶을 누렸는지...

그런 과정이 없이는 이 가을의 넉넉함과 아름다움을 모두 내가 가질 수는 없을 텐데...


하나를 주면 꼭 나도 하나를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던 나다.

모든 것은 평등해야 하고, 나에게 주어진 불평등을 받아들이지 못해 끙끙 앓고, 원통해 우울증까지 왔던 나다.

한 없이 내어주고도 더 줄게 없나 고민하는 자연 앞에서 참.. 나는 작다.

내가 넉넉하니 베풀 수 있는 것이고,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만선인데, 왜 그렇게 나를 달달 볶으며 살아왔는지... 그런 시간이 있었으니 지금의 깨달음도 있는 것이겠지?

쓸모없는 경험은 하나도 없으니.


닮고 싶고, 닮아야 겠다 생각이 들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조금씩 그렇게 되고 있어서.

나는 깊어가는 이 가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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