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견고한 벽이 있다.
옹벽과도 같이 높고, 탄탄한. 그 벽 속에서 나는 살아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직접 탄탄하게 벽돌 하나하나를 올려가며 꼼꼼하게 벽을 쌓아 올렸다.
벽속에서 나만의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이 어긋나기라도 하면 나는 나를 심하게 채찍질 해가며, 나 자신을 지키려 애써왔다.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들에게서 왕따를 당하며, 많은 대인관계는 소모적이란 벽돌을 쌓고, 폭력적인 아빠 밑에서 크며,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커다란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쉽게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벽을 또 쌓아 올렸다. 사이사이 시멘트를 덧칠해가며, 바람 한줄기 들어올 세라 나를 가장 안전하게 지켜줄 요새에서 나는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러나 그런 요새에 살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은 끊임없이 노크를 해댔다.
힘든 일, 어려운 일을 당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주저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냈고, 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한 그들이 벽을 허물려고 내게 다가설 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서기 바빴다.
모두 나에게 안전하지 않은 존재. 상처를 주는 존재.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란 생각에.
최근 아이들과 트러블이 생기면서 신랑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네가 정한 테두리 안에서 벗어난 사람은 죽일 놈을 만들어."
물론, 신랑은 이 말 이외에도 많은 말을 하며, 나를 달래듯 이야기했지만, 다른 말들은 다 내 귓전을 스쳐갔고, 그 말만 계속 맴돌았다.
'테두리를 벗어나면 죽일 놈...'
그것이 나를 지킬 유일한 수단이었다. 일찍부터 이 세상에서 나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는 나뿐이란 생각을 하며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그 생존수단이 잘못되었단다. 나의 삶 자체를 모두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머릿속에 버퍼링이 걸렸다. 나는 늘 계획대로 모든 일을 진행하며 살아왔는데, 무슨 계획을 어떻게 새우고 행동해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뭔가... 지금의 나와는 다르게 살아야 할 것만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한다 생각한들 내가 바뀔 수는 있을까?
바르게, 성실하게, 어느 누구에게도 흠잡힐 일 없이, 늘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살면 될 줄 알았는데.
나는 나와 같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틀리다'로 간주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틀리다'가 '다르다'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의 견고한 벽이 조금은 느슨해질 수 있을까?
그래서 내 주위 사람들이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부분이 조금 편해질 수 있을까?
2022년 6월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며 수도 없이 나의 이야기를 쏟아 내다 보니 벌써 100번째 글을 쓰게 된다. '100번째 글은 아주 의미 있는 글을 써야지' 하며 벼르고 있었는데...
역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었던 것 같다.
내년에도 글쓰기의 힘으로 조금씩 조금씩 발돋움하는 나 자신을 브런치에 그려보려 한다.
퍼즐 조각 같이 깨알 같은 글들이 모여, 아름다운 작품 같은 내 인생이 만들어지길.
글쓰기는 힘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