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생각과 다른 누군가를 대하는법을 조금씩 배운다
토요일 점심.
1호는 학원, 2호는 친구와 pc방, 신랑은 직장 모임으로 모두 나가고, 나는 혼자 남았다.
기분이...
흐~뭇하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자유인가?
조용~한 집안에 혼자 청소하고, 글 쓰고, 책 읽고, 운동하고, 나는 요런 고즈넉한 느낌이 너무 좋다.
오늘은 마음껏 즐기리라.
점심을 먹기 전 아파트 뒤 동천을 뛰어볼 생각이다. 한 30분 유산소를 하고, 집에 돌아와 30분 근력운동을 하고, 점심을 먹으면 딱일 것 같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양쪽 이어폰에 음악을 장착한 후 동천으로 향한다.
동천을 뛰던 중 자꾸 신경이 쓰여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검은색 차, 특정번호인지 지나가는 차를 주시하며 계속 확인한다.
직원 중 한 명이 공황장애였다. 남자 직원이고 나보다 5살 정도 위인 그 직원은 공황장애를 이유로 건강관리실을 하루를 멀다 않고 방문했다. 나는 간호사로서 직원이 가진 심리적 두려움이나 걱정 등을 상담으로 들어주려 노력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선을 조금씩 넘는 느낌이 들었다.
상담 중 나의 물건을 허락 없이 만지고, 무언가 결정할 때 나의 의견을 계속해서 물어보고, 급기야 나에게 다가와 머리에 손을 얹으려고 해.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피했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직원과 동료로서 상담이 유지될 수 없다는 생각에 그 직원과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있은 후로 이 직원의 행동은 변하기 시작했다. 건강관리실을 찾아오지 않는 대신, 내가 주차한 차량 맞은편에 자신의 차를 주차하고, 퇴근 후에도 차량에 앉아 퇴근하는 나를 지켜보고, 퇴근하는 현관 입구에 서 있는다거나, 출퇴근길 길에서도 자주 마주쳤다. 나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정확하게 선을 그었다.
"주차할 곳을 정하세요. 제가 그곳에는 주차를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oo님이 불편합니다. "
나의 단호한 말에도 아주 유쾌하게 "네. 네 알겠습니다."하고 대답하는 그 직원은 한동안은 눈에 띄지 않아 마음을 놓던 찰나 이틀 전 퇴근길 집 주변에서 그 사람의 차량을 만나 가슴이 또 철렁 내려앉았다.
"아닐 거야. 집 주변에 회식을 왔겠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동료에게 이야기를 하자 직장 동료는 그렇게 나를 위로했다.
"그렇겠지? 제발 그렇길 바란다."
나는 그에게 도움을 주려 노력했는데, 그 사람은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히는 건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안전하게 운동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근력 운동을 하며,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나의 아저씨가 방영되고 있었다.
언어장애를 가진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주인공 지안은 동훈의 스마트 폰에 도청장치를 심어 동훈의 일거수일투족을 듣고, 그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다니며 동훈을 만나고, 삶의 위안을 얻는다.
스토킹이 아니라, 삶의 위안일까?
드라마의 상황에 나의 상황이 오버랩 되었다.
나에게 해를 끼치거나, 위해를 가한 적은 없는 그 직원은 나의 상담이 자신의 유일한 삶의 위안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동훈처럼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닌지라, 그 사람의 행동은 모두 커다란 부담이 된다.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을 위해, 또 나를 위해 미워하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은 이제 거두어들여야 할 것 같다.
잘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정해진 규칙대로 흘러가고,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 내가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그 사람도 자신의 갈 길을 아무렇지 않게 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