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를 잘랐다.

by 발돋움

앞머리를 잘랐다.

한 달에 평균 1cm의 머리카락이 자라나니, 굉장히 자주 잘라줘야 하고,

아침에 로션을 바를 때도, 선크림을 바를 때도 왼손으론 머리카락을 추켜올리고, 오른손으로 조심조심 발라줘야 기름진 앞머리가 되지 않고.

휴일 아침 급히 밖에 나갈 일이 있어도 짓눌려진 앞머리 때문에 꼭 모자를 찾아 써야 하는 다양한 이유 때문에 나는 앞머리가 없는 헤어스타일을 20년 가까이 고수해 왔다.

그랬던 내가 머리 깎는 가위를 꺼내 들고 꼬리빗으로 앞머리 구획을 정해 뒷머리는 헤어핀으로 고정한 뒤 단박에 싹둑. 앞머리를 잘라냈다.


변화가 그리웠다.

늘 입는 회사 옷,

흰머리가 속속 올라오기 시작해 지금 아니면 이제 언제 길러보겠나 싶어 기르고 있는 머리카락,

똑같은 사람. 똑같은 환경.

늘 내가 서있는 사무실과 우리 집 주방.

거대한 챗바퀴 안에서 열심히 발구르기를 하고 있지만, 늘 재자리를 걷는 듯한 내가.

어느 순간. 무료했다.


그러다 문뜩.

앞머리라도 한번 잘라볼까 싶어 가위를 꺼내 든 것이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다.

거짓말 좀 보태 한 10년은 젊어 보이는 거울 속 내 모습에 표정도 회춘한 듯 발그레 해졌다.

젊어 보이는 게 싫은 사람이 있을까?

내친김에 앞머리 파마도 해본다.

앞머리를 두 부분으로 나눠 1제 펌제를 바르고, 헤어롤을 감는다. 그리고 25분 동안 방치한다.

시간이 되면 1제를 씻어낸다.

1제를 씻어내야, 머리카락이 상하지도 않고, 펌도 잘 나온다고 한다. 샤워기로 헤어롤 부위를 씻어내고 수건으로 톡톡 두르려 닦은 후, 2제를 바른다. 2제는 훨씬 묽다. 휴지로 롤 밑은 고정하고, 2제를 뿌린 후 15분간 방치한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씻어내고 펌 재료들을 정리하면 앞머리 펌 끝.


ㅎㅎㅎ.

완전 만족.

큰돈들이지 않고, 완전히 변한 내 모습.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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