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폭 파묻힌 자동차를 확인하고 시동을 켠 후 준비해준 우산을 길게 빼 유리창과 트렁크, 범퍼에 쌓인 눈을 대충 긁어낸다. 하루종일 눈이 올 거라 깨끗하게 닦아내는 건 별 의미가 없으니, 운전 중 시야만 가리지 않게 처리하고 발을 자동차문 바닥에 '탁탁'쳐 털어내고 자동차에 앉았다.
눈길 운전은 '엉금엉금'으로 표현하는 게 정확한 것 같다. 20km/h를 넘지 않은 속도로 나는 천천히 회사로 향한다. 오늘 쉬 그치지 않을 것이라 다짐이라도 한 듯 눈은 일정한 양을 유지하며 계속 차장에 부딪히고 쓸려내려 가기를 반복한다. 평소보다 2배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장갑, 마스크, 우산, 자동차키, 텀블러, 가방을 양손에 가득 들고 차에서 내려 뒤뚱거리며 걸어갈 채비를 마친 후 천천히 건물입구 쪽으로 향한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은 소리는 40년 넘게 들어도 어찌 질리지가 않는지.
1년에 몇 번 안 되는 눈 풍경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기 위해 발걸음이 자꾸만 늦춰진다.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다 뭉친 눈을 발로 슬쩍 차 봤다가, 걸어온 길 확인하려 뒤를 살짝 돌았다가, 눈 위를 수놓은 반짝이는 햇볕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