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내가 방정리하다가 이걸 발견했네~ "
새로 부임해 오신 팀장님이 이전 팀장님의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된 손바닥 만한 사진 2장을 내게 내밀었다.
사진 속 나는 앳댄 얼굴로 견학복을 입고 방문 고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아.. 네..."
"애들한테 그래~ 그때는 엄마가 이뻤는데 너네들 때문에 고생해서 지금 이렇게 됐다고. 그래도 내가 간호사 추억하나는 건졌네~ 선물이야~"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어대는 팀장이 건강관리실을 나간 후에도 나는 받아 든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추억이라... 왜 이걸 추억이라 생각할까? 간호사가 견학복을 입고 있는데.'
조금만 생각을 하면, 조금의 배려만 있다면 알 수 있을 것 같은 이 사진 속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은 상대방에게 추억을 선물했다고 자부하는 팀장을 보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2년 기간제, 6년 8개월의 특수업무직 시간을 이전글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다 되는 정규직이 되고 싶어 정말 시키는 일은 다했다.
"간호사가 견학 좀 해바. 그럼 정규직이 더 빨리 될지 알아?"
그 당시 팀장이었던 사람의 말을 듣고 나는 8개월 동안 견학 겸직을 했다. 하루에 3건이나 있는 견학을 하기 위해선 건강관리실에 9시에 출근해 10시부터 견학 선물 포장을 하고, 견학을 위해 3층까지 힐을 신고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나는 5시가 돼서야 지친 다리를 끌고 건강관리실로 돌아와 업무를 봤다.
그래서 바로 정규직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답은 No! 다.
다른 직장을 열심히 알아보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입사 후 8년 8개월 후에야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정규직 시험을 치고, 면접을 보고 정규직전환이 이루어졌다.
나에게 견학까지 시킨 그 팀장은 인원감축으로 인한 성과를 인정받아서인지 상무까지 승승장구했다.
지금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사진을 내게 보여주고 자신은 추억을 선물했다 뿌듯해하는 팀장을 보며 나는...
한숨이 났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다른 동료보다 승진도 빠른 그가 나의 상황을 이해하길 바라는 게 무리수인 걸까?
팀장이 건네준 사진은 곱게 찢어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나는 이제 회사에서 더욱더 승진하길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에게 더 이상 휘둘리지도 않는다.
회사는 나의 자아실현을 꿈꿀 수 있는 곳이 아니란 것을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