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by 발돋움

너무 아프고 힘든 일을 겪으면

우리는 모두 생각한다.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해!"

나 이외 모든 이들은 평온하고 안락하게 살아가는 것 같은 환경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는 더욱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 일을 겪은 당시에는 알지 못한다.


거대한 작품을 감상할 땐 멀지 감치 떨어져야 작품에 고스란히 몰입할 수있 듯.

눈을 가리고 커다란 동물의 일부분만을 만져보고 그 본체를 알아차릴 수 없듯.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다.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 겪은 거대한 고통이었는지.


가족에게서 버려졌다고 까지 생각한 나는.

1년 동안 마음속 굴을 파고 그 컴컴한 곳에 혼자 들어앉아 있었다.

그랬던 내가 동생이 내민 귤 한 박스 앞에서 멍해졌다.


"이거 맛있어. 먹어바"


마트를 하는 동생이 누나에게 줄 거라고 얼마나 고르고 골랐는지 상한 녀석 하나 없는 말끔한 귤이 상자 안에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가슴속에 얻혀져 있던 돌덩이가 얼음덩이였는지 스르르 녹는 느낌이다.

그리곤 이내 한숨이 푹 나온다.

'나는 대체 무엇에 화가 나 있었던 걸까?'

이제는 1년 동안 지속된 나의 마음속 칩거의 이유도 잘 모르겠다.


대신 조금은 알겠는 것도 있다.

진짜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세상이 정의롭지 않아 화가 나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나에게 이 깨달음을 주기 위해 시련이 찾아왔었던 것 같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





그림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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