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친구하자!

40대 친구들의 우정

by 발돋움

"우리 언제 만나지?"

최소 고딩부터 친구인 우리 3인방은 명절이면 단톡에 불이 난다. 6개월 동안의 썰을 풀 찬스를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시간 조율 끝에 명절당일 친정에서 저녁을 먹고 8시쯤 맥주 한잔하기로 약속을 정했다.

술집은 명절이면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소도시라 더한 것 같다. 서울은 명절이면 횡~ 하다던데.

빈자리를 찾아 기웃거리는 나는 모두 술잔을 기울이며 사람들끼리 이야기에 진심인 그들을 보며 우리처럼 이야기가 절실한 사람은 세상에 참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겨우 구석자리를 찾아 친구들과 나는 자리를 잡는다.

"잘 살았져?"

무소식이 희소식임을 잘 알고 있는 우리지만. 우리는 늘 만날 때마다 첫말은 애틋한 눈빛을 서로에게 발사하며 '잘살았냐?'를 묻는다. 이건 서로의 안부라기보다 끝없는 이야기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라고나할까? 뭐, 암튼 이 말을 시작으로 우리의 이야기는 금세 무르익어갔다.


이번 만남의 멤버 중 한 명은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같은 학교를 나왔고, 지금은 같은 간호사 직업을 가지고 있는 데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 세 명이 모이는 명절 이외에도 가끔 만나 식사며 차를 마시지만, 한 친구는 인근 도시에 나가 살고 있어, 명절이 아니면 만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그 친구에게 포커스를 맞춰 이어갔다.

"야. 참... 요즘 너무 힘이 든다. 사는 게"


류머티즘으로 투병 중인 친정 엄마 이야기로 친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30년째 이어온 병이 위중한 단계에 까지 이르러 지금은 손과 발이 뒤틀리고, 혼자 걸을 수도 먹을 수도 없는 친구의 친정 엄마는 입안에 곰팡이 균까지 번식해 음식을 삼키기도 힘든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것만도 힘이 들 텐데. 친구의 엄마는 친구에게만 유독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병원왕래며 수발을 거의 혼자 감례해야 하는 현실을 많이 버거워했다. 거기다 친구도 면역력이 떨어져 생긴 피부병으로 3개월 이상 복용한 스테로이드에 체중까지 점점 불어나고 있어 이래 저래 마음과 몸 모두 고달파했다.


"어떡하냐... 너도 힘들고, 엄마도 힘들고... 네가 너무 착해서 탈이다."

하며 나는 친구의 등을 쓰담쓰담해줬다.


맥주집에서 1차를 마친 우리는 카페에서 2차를 이어갔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에게 대뜸 선서를 하듯 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얘들아! 우리는! 신랑이 바람을 펴도! 살이 엄청 쪄서 못 알아볼 것 같아도! 빚이 많아 알거지가 돼도! 서로 친구 해주자!"


나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눈이 동그래졌던 친구 둘이 씩 웃으며 그런다.

"난 또 뭐라고. 당연하지 이것아~"


"그러니까. 살쪄도 우리들끼리는 주눅 들지 말고. 힘들일 있으면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우리 그러고 살자.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 한둘은 있어야 숨을 좀 쉬고 살지 않겠냐. 그렇지?"

맥주 한잔 할 때까지만 해도 심각했던 친구 얼굴이 조금 편안해 보였다.

카페에서 카페 문 닫는 시간 안내를 받고서야 주섬주섬 짐을 챙겨 카페 밖을 친구들과 나는 나섰다.

차가운 밤공기에 한껏 움츠려든 어깨를 친구가 어깨동무를 하듯 양손을 올려 다른친구와 나를 끌어당겼다.


"너네 만나니까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에 나는 동의한다.

사람은 삼시세끼 밥만으로 살아갈 수 없으니까.

편안한 친구가 전하는 위안, 격려, 배려는 허한 마음을 그득 차오르게 해 먹지 않아도 배부르게 하는 무언가가 분명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