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물건 대회
물건의 가치를 찾는 힘 - 초등 동화
" 이것도 버리고, 저것도 버리고..."
사물함을 정리하던 민지는 버릴 물건을 하나씩 쓰레기통으로 가져다 버리다 아예 쓰레기통을 사물함 앞으로 가져와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민지야 뭐하냐?"
반장 선우가 민지가 계속 사물함 앞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자 궁금해 하며 다가왔다.
"버릴게 하나 둘이 아니야. 이참에 다 버려 버리려고."
민지 손에서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것들은 거의 다 쓴 색연필, 음료수병, 쓰다 만 공책들이었다.
"버릴만 하네. 오랜만에 네가 청소하는걸 다 보내~"
실눈으로 민지가 선우를 흘겨보는 사이, 우리반 최고 개구쟁이 정혁이도 다가왔다.
"어? 사물함이 쓰레기통이었네! 뭐 쓸모있는게 하나도 없어! 캬캬캬~"
"야! 무슨 쓰레기통이야!"
민지와 정혁이가 옥신각신 하는 모습을 선생님은 가만히 지켜보시다, 슬며시 미소를 지으시곤 교단에 오르셨다.
"자. 4학년 3반 친구들. 선생님이 방금 굉장히 재미있는 대회를 친구들과 함께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대회에서 1등을 한 친구는 교실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대단 선물을 줄 예정입니다."
어떤 대회인지, 1등 선물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 아이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무슨 대회에요?"
호기심도 많고 개구진 정혁이가 못 참겠다는 듯 먼저 손을 들고 선생님께 질문 했다.
"선생님이 여러분들과 함께 할 대회는 바로 '쓸모없는 물건' 대회입니다. "
"쓸모없는 물건대회?"
친구들은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모두 고개를 갸웃 거렸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최고로 쓸모없다 생각되는 물건을 내일 가지고 오세요. 그럼 그 중에서 선생님과 여러분들이 모두 쓸모없다고 인정한 "최고 쓸모없는 물건상'을 뽑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밌겠죠?"
"네!~"
민지는 가끔 엉뚱한 질문을 하시고, 새로운 놀이도 곧 잘 만들어 내시는 선생님이셨지만 이번 대회는 정말 뚱딴지 같다고 생각했다. '쓸모없는 물건대회'라니? 주위에 쓸모없는 물건은 널리고 널렸지만, 그 중에서 최고로 쓸모없는 물건을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에 민지는 벌써부터 고민이 됐다.
'무엇을 가지고 와야 할까?'
그러고 보니 방금 쓰레기통에 쓸모없다고 버린 물건들이 생각이 났다.
'그래 바로 그거야!'
수업을 마치자 마자 민지는 쓰레기통으로 달려갔다. 거기엔 민지가 버린 물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거의 다 쓴 색연필, 음료수병, 쓰다만 공책...
그런데 그 물건들 중 쓸모없는 물건을 고르려고 하자 버릴때 와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 이거 쓸모가 아주 없는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거의 다 쓰긴 했지만 아직 사용을 못할 만큼이 아닌 색연필, 쓰다만 공책은 사용하지 않는 곳에 수학문제를 풀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 같고, 음료수병은 재활용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생각을 달리 하니 민지가 버린 물건이 다 쓸모 있어 보였다.
'왜 방금 전 물건을 버릴때와는 다르게 보이지? 이렇게 되면 최고로 쓸모없는 물건을 어떻게 찾는담...'
민지는 고민이 깊어진 체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학교 다녀왔습니다~"
"어, 그래 손부터 씻을까?"
엄마 목소리는 들리는데 엄마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 어디 계세요?"
"어, 엄마 미싱방이야."
어릴 때 부터 민지는 솜씨 좋은 엄마 덕분에 정성이 가득한 엄마 옷을 많이 입었었다.
"엄마 뭐 만들어요?"
"응, 앞치마 만들어서 선물하려고, 이제 다 되서 정리하려던 참이야"
마무리하는 엄마 주위로 자투리 천들이 널려 있었다.
'그래! 이거야 쓸모없는 물건!'
민지는 지금까지 고민했던 숙제가 한방에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민지가 최고 쓸모없는 물건을 가져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 까지 했다.
"엄마 나 이 천들 좀 가져갈게요"
"뭐? 이걸 어디다 쓰게? 엄마가 버리려고 모아둔건데"
"숙제에요. 이걸 가져가는게."
"뭐? 숙제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엄마가 민지는 처음 선생님께 대회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드디어 다음날이 밝았다.
교실안은 시골 5일장처럼 모두 들뜨고,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가득했다. 모두들 자기가 가져온 물건이 최고로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장담했다. 민지는 그 친구들을 바라보며 비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겠어?'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저 멀리 정혁이도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뭐지? 저녀석! 대체 뭘 준비해 온거야? 얼마나 대단한 걸 준비했길래 저렇게 여유만만이지?'
그 사이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셨다.
선생님은 친구들의 책상에 올라와 있는 물건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마치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자 모두 잘 준비 해 왔나요? 준비 해 온 물건을 책상위에 올려 놔 주세요"
민지는 천 조각이 든 꾸러미를 책상위에 올리며 정혁이 책상을 곧바로 살폈다. 정혁이는 장금 전 자신만만한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쭈볏거리며 검정색 봉지를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반 친구들이 모두 판단한 것을 제외시키고, 최종 우선순위에 오른 물건이 자투리천과, 음료수병, 몽당연필, 크레파스조각이었다.
정혁이는 끝내 검정색 봉지 안에 물건을 내어 놓지 않았다.
"정혁이는 어떤 물건이니?"
선생님의 말에 정혁이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선생님이 필요 없는 물건 가져오라고 하셔서. 저희 집에서 최고로 필요없는 우리집 초코똥을 가져왔어요~"
초코는 정혁이집 강아지 이름이었다.
교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야! 너 뭐하는 짓이야! 더럽게!"
"그래 수상한 냄새가 솔솔 나더라니~"
선생님은 정혁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정혁이가 가져온 물건도 후보로 올려도 되겠지요? 그럼 최종후보에 오른 물건을 가져온 친구들은 선생님 책상에 모두 가져다 놔 주세요"
음료수병 5개, 몽당연필 여러개, 크레파스 조각, 자투리 천과 강아지 똥까지 선생님 책상이 금세 가득찼다.
"오늘 친구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물건을 찾아서 가져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내일은 선생님이 여러분들을 위해 준비해 올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선생님이 내일 준비해 온 물건들을 보고 최고 쓸모없는 물건이 무엇인지 우리 한번 찾아보도록 합시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민지는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너무 궁금했다. 선생님이 왜 이런 대회를 하자고 말씀하셨을지.
그리고 또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민지는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 있을 재미있는 일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겪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교실에 도착하자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친구들 여럿이 교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왜 저기 모여 있는 거지?'
교탁위엔 커다란 보자기가 덮여져 있었고, 보자기 위엔 메모지가 붙여져 있었다.
'보자기를 들춰 보지 마세요! -선생님-'
민지를 포함한 친구들은 모두 궁금해 보자기 끝만 만지작 거렸다. 분명 어제 선생님이 준비해 오신다고 한 물건이 여기에 있을 것 같은데, 모두들 궁금했지만, 선생님의 들쳐보지 말라는 메모에 선생님이 오시기 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선생님이 교실에 오셨고, 친구들은 모두 동그란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자, 여러분들 교탁위에 물건이 뭔지 너무 궁금했죠?"
"네~~!"
"그럼 선생님이 교탁 위 물건을 공개할 텐데 그것을 보기 전에 선생님이 준비한 화면을 먼저 보도록 할까요? "
선생님은 컴퓨터와 연결된 TV 화면에 색동저고리와 조각밥상보를 보여주셨다.
"선생님 지금 교탁을 덮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맞아요, 선생님이 어제 민지가 가져온 조각 천으로 솜씨를 좀 발휘해 봤어요. 어때요 이쁘죠?"
버리려고 모아두었던 천 조각들이 저렇게 멋진 보자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민지는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옛날 우리 조상님들은 옷을 만들고 남은 천 조각들을 버리지 않고 모두 모아 두었다가, 색동저고리도 만들고, 이렇게 이쁜 조각 밥상보도 만들었답니다. 조상님의 지혜와 솜씨가 참 대단하죠?"
"네~!"
"자 그럼 보자기를 걷어 안에 있는 물건들이 무엇인지 한번 볼까요?"
보자기를 걷어내자 거기엔 음료수병 반을 잘라 뒤집어 끼워 물이 빠지도록 만들어진 화분에 흙이 담겨 있었고, 뾰족한 고슴도치 인형과 색색의 향초들이 놓여 있었다.
"자 이것들이 모두 여러분들이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가져온 것들이랍니다."
"선생님, 음료수병은 화분이 되었는데, 몽당연필이랑 크레파스조각은 어디있나요? 그리고 강아지 똥은요?"
친구들은 모두 교탁을 뚫어져라 바라봤지만, 어디에도 몽당연필과 크레파스, 강아지 똥은 보이지 않았다.
"음료수병은 훌륭한 화분이 되었지요? 지금 여기엔 선생님이 이쁜 꽃씨를 심어 두었답니다. 여러분들이 물을 잘 주고 햇볕을 골고루 잘 쬐어 주면 아마 이쁜 싹이 트고 꽃이 필거에요. 그리고 여기 고슴도치 인형은 어디서 많이 본것 같지 않나요?"
"와! 몽당 연필이다!"
맨 앞자리 친구가 소리치자 일제히 친구들은 모두 교탁으로 몰려들었다. 정말 몽당연필의 심을 뾰족한 가시로 표현한 멋진 고슴도치 인형이었다.
"맞아요. 이건 몽당연필로 만든 고슴도치 인형입니다. 그리고 여기 이 색색의 향초는 크레파스를 녹여 만든거에요. 이쁘죠?"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혁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선생님 그럼 최고 쓸모없는 물건상은 저의 것인가요?"
정혁이의 질문에 선생님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정혁이의 강아지 똥은 음료수병속에 이쁜 꽃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거름이 되었단다."
정혁이는 실망한 듯 털썩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정혁이가 실망이 큰 모양이네~ 자 4학년 3반 친구들. 친구들이 평소에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물건들이 정말 쓸모없는 물건들 이었나요?"
"아니요!"
"맞아요. 우리가 평소에 쓸모없다고 생각한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아직 쓸모를 찾지 못한 경우가 참 많답니다.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낄 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어요. 친구들 이 대회에서 1등을 한 친구를 선생님이 교실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대단한 선물을 준다고 약속했던 거 기억하나요?"
"네!"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들의 가치를 깨달은 여러분 모두가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이쁜 색과 좋은 향이 나는 향초를 모두 선물해 줄거에요. 여러분들은 빛으로 세상을 가득 채우는 촛불처럼 여러분들이 있는 모든곳에 아름다운 영향력을 발휘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시길 선생님은 바라요~"
불을 끈 조용한 방안.
민지는 선생님이 주신 빨간색 초에 가만히 불을 붙여 본다. 조그만 불꽃은 불빛으로 방안을 가득 채웠다. 쓸모없이 버려질 천 조각과 몽당연필이 멋진 작품이 되고, 음료수병이 화분이 되며, 눈앞에 멋진 초가 된 것을 보고 선생님이 이 대회를 하자고 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민지는 알 것 같았다.
민지는 소중하지 않은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쁜 초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