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기에 만 꿀보직.
나는 회사에 다닌다.
나의 근무 경력을 이야기하자면 병원에 3년을 다녔고, 지금 이 회사는 18년째 다니고 있다.
도합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근무경력 20년이라고 하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음.. 그 분야엔 베테랑이겠네."
그러나, 20년 동안 매일 자신을 채찍질해 가며 'I'가 'E'가 되려 기를 쓰고 있는 거라면...
병원생활은 신체적으로 나에게 크나큰 변화를 안겨줬다. 50KG 중반 대였던 나의 몸무게를 40KG 중반대로 끌어내린 극한의 체험이었으니까.
데이근무는 새벽에 출근해 일을 마칠 때까지 퇴근이란 없었고, 여유 있는 식사도 사치였다. 아침 6시 출근해 퇴근하는 오후 7시쯤엔 저혈당으로 손이 덜덜 떨렸고, 떨어진 면역력으로 손가락 사이사이 단순포진이 올라와 주사기로 약을 뽑아내기도 힘들었다. 선배 간호사들과 이러저러한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결정적으로 몸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병원을 그만뒀다.
그 이후엔 산업간호사가 되었다. 그러면서 이젠 몸이 아니라 정신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간호사가 자신의 건강관리를 하는 게 못마땅하다. 내가 먹고 싶은 거 먹고, 내가 피고 싶어 거 피고, 내가 마시고 싶은 거 마시겠다는데 간호사는 그러면 안 된단다.
그래서 나는 물건 외판원이 되어야 했다. 현장을 다니며 "금연하셔야죠. 이번에 살 좀 빼야 할 것 같은데. 술을 너무 드신다. 간수치가 너무 올랐어요"하며 강매하듯 직원들을 건강증진의 길로 잡아끌어야만 했다. 당연히 직원들은 따르지 않았고, 나는 지쳐갔다.
이제는...
현장에 가는 일도 싫고, 직원들에게 말을 거는 것도 싫고, 아직도 모든일을 할때 이토록 에너지를 끌어다 써야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모두 싫다.
그러다. 문뜩 두렵다.
나는, 다 못하는 사람인가? 싶어서. 어딜 가나 불평만 가득한 부적응자가 되는 건 아닌가... 겁이 난다.
그래서 심호흡을 하고... 다시, 수화기를 들어 직원들에게 전화를 건다.
"상담기간인데 아직 방문을 하지 않으셔서요. 이번 주 중으로 건강관리실로 방문해 주세요."
그래, 좋게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이, 내가 처한 이 상황이. 나를 외향적이고, 직원들과 더 친밀감을 높이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과도기적 시점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겐 참 버겁기만 하다.
남들이 보기엔 편하기만 한 직업인 내가 불편하기 그지없는 이일들을 어찌 헤쳐 나가야 할지. 직원들에게 전화 한번 걸 때마다, 다가가 말 한마디 건넬 때마다 사력을 다해야 하는 나는 언제쯤 이 모든 게 남들이 보는 것처럼 정말 편안해 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