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

by 발돋움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고3 수능 때도 보지 않았던 종이 신문을 챙겨 보기 시작한 건 '신문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가 글 좀 쓴다는 작가 선배님들의 이구동성이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신간일 필요는 없기에 매일 아침 팀미팅이 있은 후 사무실 책상에 굴러다니는 하루 지난 신문을 챙겨 건강관리실로 향했다.

달달한 믹스커피와 함께 책상 위에 넓게 펼친 신문을 보다 인상 깊은 단어 하나를 발견한다.


'조용한 퇴사'


실제 직장을 그만두진 않지만, 업무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할 일만 하는 행위를 의미했다.

뜨거운 커피에 피어오르는 김을 느끼며 건조한 말투로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 얘기네.'

MZ세대에서 사회현상으로 까지 일컫는 이 현상이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묘한 안정감이 들었다.

공정한 보상체계에 대해 실망한 청년들이 자신보다 일을 덜 하는 반면 급여는 많이 받는 윗사람들을 보면서 의욕이 떨어진다... 이유가 비단 그것뿐일까?


열심히 일해도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고위층과 친분, 이해관계로 이미 정해진 승진, 인사, 근무지 이동.


그런 회사에서 누가 열정을 불태워가며 일할 수 있을까?

아니, 그렇게 일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적당히, 기름을 치고, 연료를 주입하면 주위사람이 나를 제외하고 승진을 하든, 말든, 월급이 들어오건 말건 열심히 일만 해대는 기계장치가 아니란 말이다.


기업들이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실소가 피식하고 터져 나온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자신만 제일 모른다.

내가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10명 중 9명이 공정하지 않다고 해도, 본인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자신에게 정당한 행동이 되어버리니까.

무기력해진 MZ세대의 일이 사회현상이 되어버릴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치열한 삶을 살아 내려 애쓰다 나가 떨어지며 지금의 상황에까지 이르렀을지.

그들도 분명 처음엔 열정으로 가득한 신입사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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